일부 대형 철강업체들이 중소 가공업체들에게 필요한 자재는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서 필요치 않은 자재를 강매,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 대형업체들이 철강을 강매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가 철강 운송차량의 적재함을 채워 물류비를 절약하려는 것으로 밝혀져 ‘자신의 작은 이익을 위해 형편이 어려운 중소 업체들의 허리를 휘게 한다’는 비판 마저 일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들 철강업체들은 지난 6월 공급분 부터 물류비 절감을 이유로 중소 가공업체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품목을 수급이 달리는 품목에 끼워 팔거나 앞당겨 살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중소 가공업체들은 핵심품목의 자재수급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원치 않는 자재를 구입, 관리하는 비용까지 치러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볼트 제조업체 A사의 경우 지난 6월부터 가장 많이 쓰는 5~10mm 굵기 선재를 필요량의 60%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철강 공급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부족분은 몇 개월 뒤에 받기로하고 재고가 충분한 14mm 이상 굵기의 선재들을 떠안다시피 했다.
이 회사 사장은 “당장 필요한 자재를 공급받으려고 울며 겨자먹기로 필요없는 선재를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급강 사용이 많은 볼트 제조업체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회사는 탄소강 등 당장 필요한 소재 조달은 80%에 그치는 반면 나머지 20%는 언제 쓰일 지 모를 자재들을 공급받고 있다.
이와 관련 중소 가공업체의 관계자는 “이전에도 끼워팔기는 암암리에 있었지만 5~10% 수준에 그치던 게 관행이었다”며“하지만 지난 6월 포스코의 포항 공장 열처리로 화재 이후 물량이 크게 달리면서 끼워팔기 물량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가공업체는 철강업체들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떠안은 14mm 이상 굵기의 선재들을 당장 필요한 5~10mm 굵기로 재가공해 사용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중소업체 사장은 “억지로 떠맡은 자재의 보관장소가 모자라 공장 바깥에 야적을 하는 지경”이라며 “자재부족과 과잉을 함께 걱정하기는 사업 시작한 후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