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가닥 못잡는 방송업계 "혼돈속으로"

방통융합 입법 지지부진·부처간 힘겨루기·M&A說…


지지부진한 방송통신 융합 입법, 계속되는 부처간 힘겨루기, 인수합병(M&A)설로 뒤숭숭한 업계… 올 상반기 방송업계를 둘러싼 상황을 압축하자면 ‘혼란’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시장 개방이 더욱 가속화됐지만 지난 수 년간 업계를 둘러싼 혼란스런 상황은 올 상반기에도 좀처럼 실타래를 풀지 못한 채 혼돈 속에서 허우적댔다. 그나마 방통 융합의 ‘상징’인 인터넷 프로토콜 TV(IPTV) 법제화가 국회에서 시작 단계에 들어선 것이 진전된 모습.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끊임없는 M&A 움직임과 함께 이동통신사와의 결합 상품 출시, 거대 통신사들의 본격적인 TV서비스 준비 등으로 방송 업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진정한 ‘빅뱅’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IPTV 법안 연내 처리되나=, 한나라당 서상기, 민주당 손봉숙 의원이 앞다투며 IPTV 관련 법안을 내놓으면서 IPTV 법제화는 지난 수 년간의 지지부진함을 딛고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 단계에 들어갔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사이의 주도권 다툼으로 좀처럼 가닥을 잡지 못하는 방송통신 융합기구 재편 논의와 달리 IPTV 관련 입법은 그나마 한 단계 진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원 3명이 내놓은 입법안은 개별 사안별로 차별화됐다. 손봉숙 의원의 경우 IPTV를 방송으로 규정하고 서비스 단위를 지역 사업자로 규정한 반면 서상기 의원은 IPTV를 디지털미디어 서비스 산업으로 보고 전국 면허를 내주는 방안을, 홍창선 의원은 IPTV를 방송으로 보면서도 면허는 전국 면허를 줘야 한다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물론 셋 중 하나의 법안만이 선택되진 않는다.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3개 법안을 조율해 단일 법안으로 다시 정리하기로 했기 때문. 이 과정에선 역시 ‘방송이냐 통신이냐’라는 개념정의 문제보다 방송업계와 통신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전국면허 허용 여부, KT 등 통신사의 IPTV 별도 자회사 분리 방안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IPTV 법제화의 두 가지 큰 변수는 기구통합법 처리방안과 12월에 있을 대선을 꼽을 수 있다. 방통융합 기구제정 법안과 관련, 국회 방통특위는 일단 연내 IPTV 법안과 동시에 처리한다는 기본 방침을 확인했다. 지난 1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기구설치법안은 일단 법안소위로 넘어갔지만 법안 심의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게다가 두 법안이 처리될 올 정기국회가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통 융합 작업에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고 크다. 업계 관계자는 “IPTV 의원입법의 경우 기존 사업자 간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뿐더러 각 의원법안간의 이견도 커 하나로 조율하기 만만찮은 게 사실”이라며 “사업자간 입장 조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정치적 결단으로 풀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결합상품 ‘돌풍’ 일으킬까=올 하반기 케이블TV 업계의 화두는 단연 결합상품이다. 지난 수 년간 ‘’ 선보였던 TPS(트리플 플레이 서비스, 전화ㆍ초고속인터넷ㆍ유선TV를 결합한 서비스) 등 결합상품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된다. 기술적으로 진정한 TPS는 아니지만 기존보다 낮은 가격에 제공되는 결합상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SK텔레콤은 티브로드, 씨앤앰, CJ케이블넷 등 복수케이블방송사(MSO)와 연대해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결합상품을 선보인다. SK텔링크는 인터넷전화와 디지털방송, 초고속인터넷을 묶은 상품을 출시했고 하나로텔레콤은 이미 연초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TV포털(하나TV)을 묶은 상품을 내놨다. 여기에 SKT는 현재의 ‘이통+인터넷’ 상품에 디지털케이블TV까지 엮은 결합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IPTV를 두고는 통신업체와 케이블방송사간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결합상품 앞에선 기꺼이 ‘적과의 동침’을 감행하는 셈이다. SKT로선 자신에게 없는 ‘선(線)’을 대줄 사업자로서 기꺼이 케이블TV를 선택한 것이고, 케이블TV로서도 IPTV로 방송시장을 노리는 KT에 대응해 이동통신 사업자와 손을 잡은 셈이다. 박승권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교수는 “결국 케이블 사업자들은 통신사업자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 TPS로 갈 수밖에 없고 이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IPTV를 포함한 결합 상품이 생기면 KT와도 한바탕 일전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의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해 보이지만 지난 수 년간 각자의 영역에서 ‘제로섬 게임’을 해 오던 사업자들로서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는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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