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10일] 기업가 정신과 연대보증의 덫

교육용 콘텐츠업체인 와우엠지의 설융석 대표는 38세로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부도와 재기를 겪은 쓰린 상처를 안고 있다. 학습용 교재를 만들던 그는 7년간 운영해오던 회사 문을 닫아야 하는 좌절을 맛보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나 지금은 중국시장까지 당당히 진출해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다.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가 한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일은 바로 연대보증이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다 연대보증을 서는 바람에 1억8,000만원의 막대한 빚을 떠안아야 했고 젊은 그로서는 하루하루 물건을 팔아 빚을 갚느라 허덕여야만 했다. 국가 경쟁력 갉아먹는 연대보증 이른바 '벤처패자부활제 1호'로 불리는 설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연대보증만 없었더라면 좀더 빠른 시일 안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수많은 벤처기업인들이 연대보증의 덫에 빠져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요즘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대표들을 만나보면 정책자금 대출 과정 등에서 부담해야 하는 연대보증제도가 기업하는 분위기를 흩트려놓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토로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하게 된다. 숱하게 문제제기가 이뤄졌고 개선안도 나왔지만 여전히 족쇄처럼 기업인들의 명줄을 잡고 있다는 것이 산업현장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벤처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채무불이행이 늘어나면서 연대보증인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정도다. 벤처 1세대로 꼽히는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일부 벤처인들은 주변 젊은이들에게 연대보증을 이유로 창업을 권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전하며 "10만명이 창업하면 5만명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고 꼬집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도 기업가정신 쇠퇴에 대해 "한 번 실패한 사람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고 일단 사업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성공 확률을 낮게 만드는 구조 탓"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2세 경영인들은 부친의 사업을 이어받아 회사의 사무실에 앉으면 가장 먼저 은행으로부터 기존 부채에 대한 연대보증을 서라는 전화로 신고식을 치른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채를 떠안을라치면 기업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까 덜컥 겁부터 난다고 호소한다. 현재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 취급기관은 신용보증이나 대출시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모럴 해저드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연대보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연대보증의 대상은 대표이사 등 실질적 회사경영자는 물론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폭넓게 포함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뿐만 아니라 8촌 이내의 혈족까지 줄줄이 엮여 들어가기 마련이다. 연대보증이 채무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기 때문에 채무조정 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재기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이렇게 꼼꼼하게 안전장치를 걸어놔도 실제 기술평가등급이 높은 기업의 경우 사고율이 1% 안팎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연대보증제도로 인해 회수하는 금액도 전체 보증잔액의 0.7% 수준에 머무르니 제도 자체의 무용론이 나올 법도 하다. 반면 연대보증제도가 폐지될 경우 무분별한 도산가능성이 높아져 오히려 창업활성화를 가로막고 이는 결국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경우 지분의 20% 이상을 소유한 대주주는 연대입보를 서야 하며 개인자산에 대해 담보요구가 가능하다는 점도 섣부른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부작용 최소화할 제도 마련을 마침 정부 차원에서도 현행 연대보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만약 제도가 느슨해진다면 허점을 노리고 이를 악용하려는 모럴 해저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은 일벌백계에 처하는 등 시스템을 보완한다면 충분히 제도 자체의 순수성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새로운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을 때 이를 가로막는 제도적 걸림돌이 있다면 하루빨리 없애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소한 연대보증 때문에 창업을 포기했다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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