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협의 "宋입장 양해"… 우리당 연이틀 지연전술
국회 법사위의 11일 대검찰청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선자금 등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며 열기를 높이려 애썼지만 알맹이 있는 답변을 끌어내는데 실패, 전날에 이어 다시 맥이 빠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무차별 폭로 공세`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듯 도표까지 내보이며 나름대로 근거 제시에 안간힘을 썼으나 별 소득을 얻진 못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릴레이식 의사진행 발언으로 청문회 시작을 지연시켜 TV 생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또 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 정세균 정책위의장 유시민 의원 등 5, 6명이 청문회장에 진을 치고 법사위원인 최용규 이종걸 의원 등과 귀엣말을 나누며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링)를 독려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우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계속되자 다른 법사위원들은 “레코드 판 그만 돌리라”고 고함치며 항의했다. 특히 유시민 의원은 회의 초반 빈 법사위원 자리에 앉았다가 “비켜달라”는 법사위원들의 요구에 따라 멋쩍게 자리를 떠나는 창피를 당했다.
오후 증인 신문에선 한때 동업자였던 썬앤문 그룹 문병욱 회장과 김성래 전 부회장간의 `진실게임`이 벌어져 그나마 잠깐 청문회다운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증인석 바로 옆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노무현 후보가 문 회장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았는지 여부, 액수 등을 놓고 시종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앞서 오전 기관보고에선 송광수 검찰총장이 기습적으로 증인 선서를 거부해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송 총장은 “검찰권 행사를 총괄하는 총장으로서 진행 중인 수사에 관련해 청문회 증인으로 선서하고 증언대에 선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는 “선서는 하지 않겠지만 의원들의 질의에는 최대한 성의 있게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자 당황한 김 위원장은 즉석에서 여야 간사들과 협의한 뒤 “총장의 입장을 양해하겠다”며 물러섰다.
이후 야당 의원들은 편파수사,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송 총장을 몰아세웠으나 송 총장은 줄곧 지지 않고 꼿꼿하게 맞받았다. 대선자금 수사의 주역인 안대희 중수부장은 간부 소개 순서만 참석한 뒤 곧바로 청문회장을 빠져 나갔다.
<이진동 기자, 최문선기자 jayd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