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여전히 높은 상장문턱

박현욱 기자<증권부>

지난해 말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대책 발표 이후 우수한 벤처기업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증권관계기관의 발걸음이 바쁘다. 지난 4월부터 적자를 본 벤처기업이라도 기술성을 인정받으면 수익 요건을 면제해주도록 코스닥 상장 규정을 바꿨고 최근에는 기존 장외호가중개시장인 제3시장도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로 육성하기 위해 ‘프리보드(Free Board)’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최근 바이오 기술업체 2곳이 수익 요건을 면제받는 ‘특례 적용’의 첫 대상이 되면서 우수 기술 벤처를 끌어들이려는 방안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술 벤처에 상장 문턱은 여전히 높다. 기술력 있는 기업이 수익 요건을 면제받는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코스닥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다음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에서 재무상태ㆍ경영성ㆍ수익성 등 5가지의 심사항목에 걸쳐 2중, 3중의 검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 요건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보유기술을 통해 매출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성ㆍ수익성 심사를 받는 것은 물론 기술평가를 이미 받았음에도 기술성을 다시 시험받는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기업공개(IPO)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보유기술을 이용해 실제 매출을 냈는지를 엄밀히 따지는데 기술력은 좋지만 지금 당장 매출이 없는 벤처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상장 문턱에서 돌아서는 벤처기업들이 창업투자회사나 단기자금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증권관계기관은 벤처기업 가운데 꾸준히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을 가려내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줘야 한다. 하지만 하나의 문턱을 낮추는 대신 겹겹이 또 다른 문을 굳게 닫아놓는다면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들의 상장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대책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벤처 투자가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의 성장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인 만큼 벤처기업의 코스닥 진입 장벽은 낮추되 상장 후 개별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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