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년 사설] 危와 機

국정 발목잡는 국회선진화법 폐지해야

4대개혁 시장경제 활력 회복의 지름길

위기 극복과 성공 신화 DNA 되살리자

2016년의 한국 경제는 '위기(危機)'라는 한 단어로 수렴될 것이다. 하지만 위험을 뜻하는 위(危) 안에는 늘 새로운 활로를 열 수 있는 기(機)가 잠재해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이 다가오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느냐에 따라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 위기상황의 극복,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약을 위한 땀과 노력은 이 나라 구성원 모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혁의 첫걸음은 국민 모두 절감하고 있듯이 이 나라의 정치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치의 실패는 어떠한 개혁의 몸부림도 수포로 만들 수밖에 없음을 현 국회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새해는 '정치의 해'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전반기에는 4·12국회의원선거가 예정돼 있는데다 총선으로 구성될 20대 국회는 6월 출범 직후부터 2017년에 있을 19대 대통령선거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치를 두 번의 큰 선거는 한국 사회 전반을 자칫 극심한 대립과 분열로 몰아넣을 공산이 크다.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우리 정치권은 '반대를 위한 반대' '철저한 자기 이해의 함몰'로 일관하며 아무런 결과물도 보여주지 못한 채 황금 같은 전환의 시간을 낭비해버렸다. 기본적으로 집권 여당의 무능과 야당의 무책임이 서로 맞물려 있겠지만 소수 야당의 반대를 특권으로 만들어버린 국회선진화법이 그 발목을 잡아왔음을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 기능 마비를 겪는 상황하에 국가라는 배의 난파 과정을 두 눈으로 목격하면서도 전혀 헤어날 방법이 없음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부터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권자들은 4월 총선에서 무능·무책임·무생산 등 '삼무(三無)'로 일관한 19대 국회를 철저히 심판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기존 국회를 망쳐놓은 '정치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한국의 거시경제가 처한 상황을 보면 악재는 널려 있고 호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내적으로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지뢰밭이 널려 있고 대외적으로도 G2 리스크 등 복병이 많아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당연히 가계부채다. 2015년만 해도 가계부채는 우려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해의 가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이는 걸 보면 시중금리는 어떤 식으로든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의 징후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시중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이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수출감소와 소비부진은 저성장을 고착화하는 늪이 돼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마이너스 성장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한해는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짜낸 소비가 그나마 성장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 소비절벽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국내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 역시 언제 북풍이 불어 닥칠지 모를 처지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운용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제도개혁으로 시장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길이 있을 뿐이다. 노동을 비롯한 4대 개혁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산업계는 경기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고난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비주력산업은 과감히 떨쳐내고 핵심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수출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가 경쟁국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하면서 바이오·미래 자동차·로봇 등 신성장동력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조선과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은 올해도 공급과잉에서 벗어나기 힘든 만큼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으로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본격화에 따른 수출여건 변화와 신흥국 수출감소, 엔저 지속 등 대외변수는 산업계에 새로운 도전과 응전의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중국 리스크가 상존하지만 거대시장인 중국을 공략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중국 내수시장에 승부를 걸겠다는 담대한 전략을 세우고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지혜가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4월 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와 노동계의 목소리가 거세질 우려가 크다. 기업마다 원가절감과 경영합리화에 주력하면서 어느 때보다 힘겨운 노사관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치투쟁과 기득권에 골몰하는 일부 강성노조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긍정적인 변화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는 한편 기업들도 선진국형 노사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늘 위기를 극복해가며 지금껏 성공신화를 기록해왔다. 새해 역시 성공신화의 토대를 다지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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