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진정한 'K푸드' 확산 위해선-정문목 CJ푸드빌 대표


지난 을미년은 '식(食)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한 해였다. 소위 '먹방'이 활성화됐고 전문 요리사들이 일반인들에게조차 친근한 존재가 됐다. 새해 병신년도 음식에 대한 가치는 계속 조명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식문화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건강과 수명을 늘리기 위한 섭생의 차원을 떠나 먹는 행위 그 자체가 바로 진정한 가치로서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음식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알리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는 의미의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음식을 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철학을 함축해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매운맛을 다섯 가지 맛 중 하나로 분류하지만 서양에서는 매운맛을 통각으로 본다. 특히 우리 한식 문화는 다섯 가지 맛이 어우러진 '오미(五味)'를 발효 과정을 통해 이뤄진 총체적인 맛으로 강조하며 맛의 '조화'에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식문화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기실 그리 많지 않다. 2015년 10월까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 엑스포는 다름 아닌 '음식'을 주제로 했다. 미국·중국·일본·이탈리아 등 각 나라는 국가관을 마련해 자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한국관에서는 전시물 외 한식의 맛과 한국 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가 조화·치유·장수 등 세 가지 콘셉트로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현지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우리 김치찌개 등에 환호하며 제품을 구하고 싶다는 문의를 쏟아냈다. 현지 유력 매체도 비비고를 엑스포 최고의 식당으로 평가했고 대회 기간 내내 대기 줄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식문화에 외국인들이 열광하는 것은 한국 식문화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한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글로벌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알고 보면 음식만큼 국경의 의미가 무색한 영역도 없다. 일본 스시, 베트남 쌀국수 등은 세계화됐다. 이를 통해 해당 국가의 문화가 상대방 국가로 스며들기 마련이다.

한식의 글로벌화를 추진하려면 한식의 특징인 발효와 숙성, 제철 식재료 등이 미래 먹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다 명확히 알려 한식의 진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또 국내가 아닌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한식 메뉴, 총체적인 운영 전략 등을 기업과 정부·국민이 공유해야 한다.

우리 식문화와 한식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확산하는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한국은 식문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글로벌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 열풍과 연계해 문화사업으로서의 'K푸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국내에서부터 시작되는 인식의 변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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