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5일] 국회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

25일 오전 10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제2회의장. 전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긴급 정회됐다 하루 만에 다시 개회된 예결위 전체회의는 시작부터 충격과 분노의 감정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여야 할 것 없이 북한의 만행에 대해 규탄하고 성토했다. 포격으로 사망한 2명의 해병대 장병에 대해 애도의 표명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회의장을 가득 채운 분노와 애도의 엄숙한 분위기도 잠깐. 회의장은 곧바로 여야 간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오가는 공방장으로 변했다. 여당은 야당이 25분가량 뒤늦게 회의에 참석하자 정부여당의 꼬투리를 잡으려는 속내가 담긴 것이 아니냐고 질책했다. 반면 야당은 여당과 위원장이 의사일정 합의 없이 맘대로 개회했다고 비판했다. 회의 시작은커녕 회의진행을 놓고 한 시간가량 입씨름만 지속됐다. 이 때문에 사태 수습으로 한창 바쁠 각 부처 장관들이 업무는 제쳐놓고 여야의 공방만 지켜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긴급 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에 참석한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장을 제외하고 예결위에는 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 각료들은 사태수습을 위해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여야의 다툼만 속절없이 지켜보며 시간만 허비해야 했다. 그 뿐 아니라 장관들의 답변들을 보조하기 위해 따라간 과장급 이상 고위관료들도 모든 업무를 손 놓은 채 예결위 밖에서 마냥 대기해야 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1시간이 넘어 재개된 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현안질의가 쏟아졌다. 사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가 긴급 소집돼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현안과 정부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예결위까지 거들 필요가 없었다. 결국 오전 회의는 여야 공방만 오가다 끝났다. 예결위는 새해 예산안을 심사하는 곳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예산심사도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 나오고 있다. 국회가 진정 국민의 신뢰를 받길 원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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