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17일] 권위와 권위주의

유흥수(LIG투자증권 사장)

지난해 여름 신설증권사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필자는 회사의 조기정착을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채 1년이 안 된 지금 조직은 두 배로 커졌고 실적도 양호해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직원들과 좀더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여러 회사 경력직들이 모여서인지 처음에는 사장과 마주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영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뭐 좀 물어볼라 치면 주변 직원들이 죄다 하던 일을 멈추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 서 있었다. 지점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는 지점장이 건물 밖까지 나와 차 문을 열어주면서 배웅을 했다. 권위주의 문화에 익숙해진 탓이었다. 예우를 해주려는 마음은 고맙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닐 뿐더러 회사 차원에서도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니었다. 벽을 허물기 위해 솔선과 소통이 필요했다. 전직원의 이름을 외우고 허례허식을 깨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러줄 때 직원들은 인정 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름을 부르는 것은 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공식적이지 않은 업무는 메신저를 활용했다. 메신저 대화는 업무 목적일 때도 서두에 사적인 안부를 묻지 않으면 왠지 어색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늘고 친근감도 커지게 한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다르다. 권위는 학식ㆍ인품ㆍ경륜 등 토실토실한 알맹이에 의해 저절로 생기지만 권위주의는 계급ㆍ경제력ㆍ물리력 같은 껍데기에 의해 강제된다. 권위 있는 사람은 진심 어린 존경을 받지만 권위주의가 몸에 밴 사람은 가식적인 아부만 받게 된다. 권위주의만 있고 권위가 없는 조직은 칭찬ㆍ감사 등 소통보다는 일방적 지시로 인한 불만ㆍ시기ㆍ질투ㆍ험담이 난무하는 메마른 조직이 되고 만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담(람)풍 해라’ 식의 권위주의로 특혜와 예외를 바라는 상사는 존경 받기 어렵다. 권위주의를 타파하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직원들과 친해지는 것은 물론 능률도 올라 경영에 도움이 된다. 신입사원도 사장과의 메신저가 어색하지 않고 사장이 다가가더라도 간단한 목례 이후 하던 업무를 계속한다. 영업을 하는 회사에서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점심 약속이 취소돼도 당황하지 않는다. 번개미팅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는 한강시민공원에서 노을을 감상하며 시원하게 맥주 한잔 부딪힐 직원이 있는지 메시지를 보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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