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다시 생각하는 일본/조양래 현대자동차써비스 사장(로터리)

일본 동경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72년 어느날. 중요한 프로젝트건으로 일본의 한 회사 임원을 음식점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필자는 예의상 그곳의 깨끗한 시설과 서비스에 대해 대단히 훌륭하다고 칭찬을 했다. 그도 한국의 음식점에 대한 좋은 추억담을 들려주었다. 『한국의 음식점을 가보니 정말 훌륭했습니다. 주위 경관도 너무 아름답고 종업원들도 친절하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음식맛도 훌륭하고….』 필자는 그의 칭찬에 일순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말미에 한 『음식이 너무 많이 나와서 3분의 1 이상을 버리는게 좀 안타깝더라』는 말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절약만이 살길이라는데 전국민이 뜻을 같이해 식생활에서부터 음식을 남기지 않고 아끼는 것을 실천해왔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하루 한 끼에 1엔씩만 아끼자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한다. 말이 1엔이지 하루 세끼면 3엔이고 그들의 인구를 대강 1억으로 계산하면 그들은 하루에 3억엔씩을 절약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일본이 지금처럼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 가운데 하나는 바로 하찮은 1엔을 아낀 절약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살 수 있는 지름길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어떠한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버려지는 음식은 8조원어치 규모로 우리나라 총예산의 10분의 1을 넘는다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가는 일본이 음식쓰레기를 줄여 하루에 3억엔씩을 절약하고 있을 때 우리는 하루 2백억원어치 이상의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동경지사장을 마치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그릇된 소비행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도 바로 씀씀이가 헤퍼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정도로 나라경제가 도탄에 빠진 지금 말로만 허리띠를 졸라맬 게 아니라 실천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더욱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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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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