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D-29일의 한심한 선거전
정말 묘한 대통령선거다. 선거일이 29일, 후보등록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후보는 보이지 않고 엉뚱하게 ‘김경준씨’만 보인다. 김씨가 대통령후보나 되는 것 같다.
모든 정당과 후보가 김씨의 입과 검찰의 수사 결과만 바라보고 있으니 대통령선거운동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일국을 통치하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의 정책대결은 간 곳 없고 김씨와 검찰만 갈수록 돋보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김 전 BBK투자자문 대표의 주가조작 사건은 경제사건이다. 수사를 통해 384억원 횡령혐의를 밝히면 된다. 수사과정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연루 여부가 규명될 것이므로 차분하게 기다려야 하는데도 온통 난리다.
갖가지 설만 무성한 상태에서 여야가 검찰청 앞에서 시위하는 것도 부족해 ‘현장사무소’까지 차려놓고 ‘죽고 살기’식의 대결을 벌이고 있으니 선거운동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검찰도 죽을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큰 사건이다. 시간도 없다. 공직선거법에 대선후보로 등록되면 7년 이상의 징역ㆍ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현행범이 아니면 개표가 끝날 때까지 체포ㆍ구속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하는 판에 여야당이 문 앞에 진을 치고 압박을 하니 수사가 제대로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ㆍ검찰ㆍ여야당 모두 김씨에게 놀아나지 않도록 냉철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검찰은 본의는 아니지만 대통령선거의 중심에 서 있음을 인식,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내 한점 의혹 없이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미적거리거나 애매모호하게 발표할 경우 대선은 큰 혼란에 빠지고 국민의 불신만 키우게 된다.
여야당도 검찰을 믿고 본격적인 선거운동 준비를 하면서 기다려야 한다. 흑색선전 등으로 여론을 호도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국민도 이럴 때일수록 모든 것이 스스로의 판단에 달렸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검찰 수사를 압박하거나 흑색선전과 비방으로 선거를 흐리는 후보 및 정당은 표로 준엄하게 심판하는 유권자 의식을 가져야 한다.
입력시간 : 2007/11/19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