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5월25일] 시코르스키

잠자리를 좋아한 소년의 꿈이 세상을 바꿨다. 인간이 향유한 차원도 3에서 3.5로 넓어졌다. 그로 인해 인간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반 시코르스키(Sikorsky). 헬리콥터를 세상에 퍼뜨린 사람이다. 1889년 5월25일 러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수학의 신동. 스스로 고안한 대나무 고무동력 수직 비행체가 장난감이었다. 러시아 포병학교와 파리 공학학교를 다니던 그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 소식을 듣고는 항공기에 평생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귀국해 만든 세계 최초의 4발 엔진 비행기는 1차 대전 중 러시아 폭격기로 쓰였다. 그의 유학과 학자로서의 성공을 지원한 사람은 부모. 키예프대학 교수였던 아버지와 학위는 없었지만 아버지보다 실력이 낫다고 인정받던 어머니였다. 부모의 기대대로 성장하던 그는 장난감을 잊지 않았다. 1915년 헬리콥터를 만들었으나 실패. 엔진 출력이 문제였다. 기회를 맞은 것은 미국. 부르주아였던 그는 러시아 혁명 때 조국을 등지고 유럽행을 택했다. 프랑스와 영국을 전전한 끝에 1919년 미국에 정착. 러시아 망명객들이 그를 도왔다. 1920년 시코르스키항공기제작사 설립. 그가 설계한 수상 비행기들은 미국의 도서 우편 항공로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린드버그도 그가 제작한 항공기를 극찬했다. 자리를 굳힐 무렵, 그가 생각한 것은 어릴 적의 장난감. 1944년 선보인 헬리콥터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무대를 넓혔다. 시코르스키는 1972년 사망할 때까지 헬기 설계에 일생을 바쳤다. 우리나라 공군과 육군이 쓰고 있는 주력 헬기도 그가 말년에 고안한 기종이다. 그의 헬기는 세상을 덮고 있다. 소년의 꿈이 세상을 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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