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의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전반적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 다. 신흥국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첫째는 GDP(국내총생산)대비 외채비중이 높은 국가(아르헨티나ㆍ터키ㆍ인도네시아)로 세계 금융시 불안이 달러화 수요증가로 이어지며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나라다.
이들은 국가의 취약한 금융 시스템과 달러화 선호현상이 맞물리면서 금융위기의 전염효과에 대한 우려감이 있다.
둘째 GDP대비 수출비중이 높은 국가(싱가포르ㆍ홍콩ㆍ말레이시아ㆍ타이완ㆍ한국)로 세계경제 침체에 따라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IT업종 침체가 이들 국가의 수출 격감 및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며 주식시장이 고통스러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신흥 시장의 시련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침체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침체를 보이며 세계경제급락을 완충할 구원투수가 없다는 점에서 자칫 신흥증시의 시련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선진국 경제의 회복여부에 1차적인 포커스를 둬야 한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로 소극적인 통화정책에 그치고 있는 유럽과 뚜렷한 침체에 빠진 일본을 감안해 볼 때 미국의 소방수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경제도 통상적인 순환상의 경제후퇴와 IT 공급과잉 등 구조적인 문제가 맞물리면서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다시말해 미국경제가 통상적인 경제순환상의 어려움이라면 금리인하와 같은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재정지출을 통해 조기에 극복할 수 문제로 바라볼 수 있지만 과잉공급 또는 부(- )의 개인저축성향 등 구조적인 문제점은 이를 극복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오는 4ㆍ4분기 전통산업을 중심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할 수 있지만 IT산업의 회복은 훨씬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산업 생산의 증가속도는 생산능력 증가속도를 밑돌며 첨단산업 수요회복의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첨단산업의 설비투자 압력은 첨단산업의 생산능력에 1년6개월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첨단산업의 설비투자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아직 바닥권에 대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회복시점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다.
최근 미국 증시는 경기선행지수, 구매자관리지수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기업의 이익전망에는 민감하다.
이는 부분적인 경제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증시는 당분간 혼조장세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며, 국내 시장도 이와 같은 제약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 동안 주식시장을 지탱해 온 배경에는 4ㆍ4분기 미국 경제의 반등이 국내 수출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며 같은 기간동안 내수 소비가 경제둔화의 충격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라잡고 있다.
현 시점은 이와 같은 긍정적 기대보다는 부정적 현실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국면의 연장선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환율은 당분간 불안할 것이며, 성장률 저하로 인해 채권투자가 주식투자보다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3ㆍ4분기 중 수출의 급격한 감소는 대표 IT주에 대한 상승 모멘텀 부재가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아울러 외국인들은 기존 비중확대(overweight) 포지션을 중립(neutral)으로 이동 중이다.
신흥시장 전반의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구태여 한국시장에만 기존 포지션을 유지할 만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수가 상승할 때마다 물량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시장은 슬럼프에 빠졌고 단기적으론 펀더멘탈보다 가격적 모멘텀에 기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고통스러운 조정국면이 인내할만한 가치가 있느냐인데, 오히려 제반 악재가 일제히 현실화되며 이 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될 것이다. 현재 주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오현석 현대증권 수석투자전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