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분양가 규제부활 안된다

요즘 부동산시장의 화제는 단연 서울 강남지역의 아파트가격 상승이다.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인으로는 분양가자율화, 저금리, 증시불황에 따른 자금흐름 왜곡, 그리고 정부의 부동산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분양가자율화`가 주택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분양가를 다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분양가를 규제하던 1998년 이전에는 주택가격이 안정되었던가? 대다수 국민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1994년 당시 아파트 분양가격 규제로 인해 강남지역에서 32평형 아파트가 3,400만원(평당 105만원)에 분양되면, 분양 즉시 아파트가격은 6,000만원이 되고, 0순위 1순위 청약통장에는 2,000만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시중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당시 아파트당첨이 지금의 로또복권 이상으로 인기가 높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택시장이 이처럼 난장판이었던 그 당시, 주택품질은 어떠했는가. 모두 획일적인 구조의 아파트에다 품질향상은 고사하고 퇴보를 거듭하여 부실아파트를 양산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켰다. 또 원가절감을 위해 조잡한 마감재를 사용한 아파트가 속출하자 입주후 마감재를 교체하는 사례가 급증, 자원낭비의 폐해를 초래하기도 했다. 분양가 자율화가 시행된 이후 아파트분양시장의 흐름은 품질차별화가 주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거욕구가 다양화되고 주택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주택시장이 수요자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업체들이 품질차별화를 통한 고객유치에 총력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 공급되는 소위 신개념 고품질아파트는 평면이나 마감재는 물론이고 단지 외관까지도 예전의 아파트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급화ㆍ기능화되고 있다. 아파트 품질이 높아진 만큼 건설비용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만큼의 아파트 건설원가 상승은 부득이하기 때문이다. 아파트건설원가 상승은 개발밀도제한 등의 정책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주거지역내 아파트 건설시 최고 350% 까지 허용했던 용적률을 지금은 250% 이하로 낮게 제한함으로써 아파트가격이 20% 이상 상승하게 되었다. 또한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의무화로 1년 이상 사업기간이 지연되어 금융비용이 자동적으로 상승하는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주택건설비용이 30% 이상 상승했다. 주택건설 원자재에 해당하는 토지 취득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토지의 경우 서울지역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2003년 1월 현재 전년 동기대비 평균 21% 올랐으며, 이는 공시지가의 시가반영률이 70~8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토지가격의 상승률은 4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철근 시멘트 레미콘 등 건설자재와 인건비 상승도 건설원가 뜀박질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인건비의 경우 지난해 9월의 직종별 건설노임단가를 기준으로 할 때 타일공은 전년 동기대비 44.4%, 도장공은 33.7%씩 노임이 상승했다. 이외에도 지자체가 재정부족과 예산미확보를 이유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시 주요 간선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기부채납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일부 악덕투기꾼의 속칭 `알박기`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비용도 만만치 않다. 기업경영을 해야 하는 주택업체로선 이런 원가인상요인을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주택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다. 분양가자율화시대가 시작된 지 이제 4년째다. 20년 동안이나 실시되었던 `분양가 가격규제시대`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기다. 지금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주택수급요인과 투자가치, 학군 등 여러요인에 의해 시장자율기능에 맞게 분양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시기인 것이다. 주택가격은 주택시장에서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된다. 가격상승 시기에 최고의 처방약은 `공급`이다. 지금은 규제보다 공급확대방안을 조속히 제시하여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김홍배(대한주택건설협회 전무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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