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원인/설립인가 남발 과열경쟁 자초(보험정책 앞이 안 보인다)

◎88년이후 신설생보 무려 27개사/과도한 초기사업비로 적자가중/누적손실 눈덩이 집단불실 불러신설생보사들의 경영부실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말현재 33개 생보사의 당기순손실 금액은 8천5백80억원. 삼성 교보 대한 흥국 제일생명 등 기존 5개 대형사만이 1천84억원의 순이익을 냈을뿐 나머지 신설생보사들은 무려 9천6백64억원에 달하는 당기손실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도 신설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6회계년도말인 지난 3월말 현재 삼성생명 등 6대 기존사의 시장점유율은 74.8%를 기록한 반면 신설사들은 25.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27개에 달하는 신설생보사가 전체 시장의 4분의 1을 놓고 이전투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신설사들이 지난 한해만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초기 투자분을 회수하는데 적어도 10년이상 걸린다는 보험산업 특성에 비추어 신설사들은 아직 이익을 회수할만한 정착단계에 오르지 못했고 창업이후 지금까지 줄곳 만성 적자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89년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신설생보사들이 지난 7∼8년간의 초기 투자과정에서 떠안은 누적손실액은 무려 2조2천9백62억원. 회사당 평균 8백50억원을 넘어선다. 특히 태평양 대신 국민 한덕 한국 신한 중앙 국제 비와이씨 태양 동양 고려생명 등 12개사의 경우 누적적자 규모가 1천억원을 넘고 있으며, 82년 부도를 낸 공영토건의 계열사였던 동아생명은 무려 4천7백억원의 누적적자를 떠안고 있다. 이처럼 신설사들이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80년대 후반, 6공화국말기 상황에서 부터 출발한다. 당시 6공정부는 88년부터 91년까지 불과 3년 사이에 무려 27개의 생명보험 신규사업 인가를 무더기로 남발했다. 무더기 인가에 따른 뒷돈이 이른바 정치자금이란 명목으로 집권층에 넘어갔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생보업계는 이때부터 27개의 문제아(신설사)로 인한 병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종전 6개사가 분할점령해 왔던 시장에 새로 수십개의 신설사가 끼어들다 보니 업계간 과당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었고, 영업능력이 취약한 신설사들이 경쟁에 뒤지면서 집단부실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설 생보사들이 초기 영업과정에서 기존사와 경쟁하기 위해 과다한 사업비를 투자한 것도 부실규모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당시 신설사들은 왕성한 의욕만을 앞세워 연간 평균 4백억원 이상씩의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 부었고 이것이 두고두고 적자를 누증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보험산업은 재료가 들어가면 곧바로 완제품이 나오는 일반 제조업과는 차원이 다른 시장이다. 재료가 투입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이 지나야만 아웃풋이 나오고, 또 재료에 덧붙여 설계사수당, 경품 등 각종 첨가제가 함께 들어가야만 그나마 제대로 된 완제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신설생보사 경영부실은 원천적으로 시장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정부의 무더기 설립인가와 장기계획 없이 초기에 과도한 사업비를 쏟아부은 신설생보사 양측의 공동합작품인 셈이다.<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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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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