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학생 인턴

얼마 전 딸아이가 학교에서 받아 온 과제가 눈길을 끌었다. 과제는 본인이 관심을 갖는 분야의 기업에 가서 이틀 정도 인턴쉽을 받은 뒤 그 체험을 리포트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었다. 또 급우들에게 본인의 체험담을 발표하도록 했다. 급우들과 사회생활에 관한 경험을 토론하고 사회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인 것이다. 딸 아이는 내 친구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정중하게 편지를 써서 이틀 동안의 인턴을 허락을 받아 생애 처음으로 사회 생활을 맛보게 됐다. 딸은 이틀 동안 아침 여섯시 전부터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했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오늘은 이런 저런 일을 했고 누구를 만났고 또 무엇을 배웠는지 재미있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딸 아이는 자신의 첫 직장 경험에 대해 무척 재미있어 하면서도 회사 생활이 힘들고 많은 책임감이 주어져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이전에는 아빠에게 의지했던 일의 상당부분을 아빠가 피곤할 것이라며 스스로 한다. 며칠 사이에 딸 아이가 갑자기 컸다는 느낌을 받았다. 딸 아이가 이틀 동안 인턴을 한 회사는 다국적기업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회사였다. 그런 회사에서 딸 아이에게 영문번역을 해 보라는 업무를 주었다. 프랑스어를 하는 딸은 사전을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 모양이었다. 집에 와서 앞으로 영어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할 거라고 스스로 수차례 다짐을 하더니 요즈음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시간이 급격히 늘었다.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녔던 한 친구는 중학교 때 일정 기간 매주 가까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서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커리큘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이 친구는 지금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경제적으로 힘닿는대로 장애인관련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인들은 대단히 뛰어난 민족이다. 안타까운 것은 어려서부터의 모든 교육이 대학입시 위주로 짜 맞춰져 있어 가치관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공부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열번 공부하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인턴같은 현장체험이 아이들에게 더 소중한 것을 가르치는 것 같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세, 경제적인 자립심, 주위의 어려운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배려같은 것이 청소년시절에 대부분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기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 <미셸 깡뻬아뉘(알리안츠생명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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