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화가`라는 표현이 진부할 정도인 현대미술의 리더. 국적은 한국이고 40여년간 일본에 적을 두고 살아왔지만 미주와 유럽에서 더 유명한 작가 이우환. 그의 작품은 현재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브루클린 미술관, 베를린국립미술관, 퐁피두국립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교토국립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그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와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로 꼽힌다. 또한 생존작가로는 드물게 국제 가격이 매겨지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우환 작가의 전시가 국내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회고전으로 열린다. 삼성문화재단은 백남준씨 다음으로 호암갤러리와 로댕갤러리 두곳에서 열어 그의 작가적 위치를 알 수 있다. `이우환-만남을 찾아서(Lee Ufan-The Search for Encounter)`의 타이틀로 출품작은 작가가 소장하고 있다가 30여년만에 선보이는 초기작이나 삼성재단 소장의 작품이나 개인소장가가 내놓은 작품 등 69점(회화 35점, 조각 17점, 판화 6점, 드로잉 11점)이다. 전시는 11월16일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동안 우연인지 필연인지 갤러리 현대도 9일부터 26일까지 `이우환 근작전`을 개최한다. `조응(Correspondance)`을 중심으로 90년대부터 2003년 근작(유화, 수채화, 테라코타) 20여점을 전시한다.
삼성문화재단의 전시가 한국과 일본의 현대미술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국제무대에서 동서미술의 가교역할을 해 왔단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살펴보는 자리라면, 갤러리 현대의 전시는 조용하고 순화된 화면과 그 여백의 울림으로 세계와 조응(照應)하는 작가의 무한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갤러리현대의 전시 작들은 소품으로 화랑측이 판매도 하고 있어 이 작가의 가격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기회도 될 듯하다.
이우환은 조각과 함께 회화작품도 상호 보완적으로 꾸준히 병행하여 왔는데, 조각작품에 비하여 회화작품은 시간성과 신체성의 개입이 더욱 두드러진다. 색채와 형태, 구성, 이미지 등 가능한 한 회화적 요소를 배제하는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신체적인 행위와 캔버스에 나타난 선 하나, 점의 위치, 방향성, 붓 자국의 나타남과 사라짐 그리고 그려진 부분과 그려지지 않은 부분의 조응관계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속에서 유동하며 변화와 반복을 되풀이 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하나의 완성된 물체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자신의 마음과 느낌을 좀 더 열고 눈 앞에 보이는 캔버스의 여백과 작품 바깥의 벽면, 더 넓게 자신이 서있는 공간과의 관계를 생각하라 한다. 세상은 무한이 넓어지고, 무한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새롭게 열리는 가능성인 것이다.
그의 작품을 말할 때 평론가들은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비어있는 것과 채워진 것들이 만나면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가 관객과 만나면서 또 다른 세계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