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1월 11일] 동병상련과 자기 용서

서울 여의도는 국회의사당이 있는 한국 정치의 중심지이며 자본시장의 꽃인 증권가로 유명하다. 대선과 총선 때 활기가 넘치고 주식시장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국정치와 경제의 실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요즘 ‘여의도 체감지수’가 급랭했다. 지난해 이맘때는 대선 열기 속에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기록한 활황세에다 조기 송년회 분위기로 고급식당과 술집이 붐볐으나 최근에는 아주 썰렁하다. 특히 증권사 임직원들은 송년회 ‘송’자는커녕 주식과 펀드 투자로 손해를 입은 친인척과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 증권사 한 간부는 “의례적인 송년회는 하겠지만 삼겹살과 소주로 때우면서 서로 위로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국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말려 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금융자산이 반 토막 나 실의에 빠졌다. 펀드 열풍으로 대부분의 가정이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여러 가지 펀드에 넣어 재산 피해액이 엄청나다. 많은 가정에서는 펀드 상처로 부부 간에 대화가 사라졌으며 잃은 돈을 어떻게 만회해야 할지 막막하다. 한 지인은 지난해에 4억원을 펀드에 맡겼는데 2억2,000만원으로 줄었고 대학 친구는 5,000만원을 넣었는데 2,600만원 남았다고 한다. 부동산 값도 크게 떨어졌다. 국민들은 자산디플레 현상으로 심리적 공황상태다. 실물경제도 좋지 않아 수출이 잘 안 되고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다. ‘살기가 어렵다’는 탄식소리가 전국에 가득하다. 이게 최근 민심이다. 동병상련은 같은 병 또는 같은 처지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끼리 서로 고통을 헤아리고 동정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동병상련이란 고사성어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식시장이 다소 안정세를 보여 다행이지만 정부나 은행, 증권사 관계자들이 펀드 가입을 강요한 잘못이 크다. 그러나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아래 이뤄진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기반성과 위로가 필요하다. 누구나 재테크 수단으로 재산을 늘려 윤택한 생활을 하기 위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것 아닌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휘말린 자신을 꾸중하는 것보다 용서할 때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긴장과 불안ㆍ분노ㆍ원망ㆍ신세타령ㆍ우울증으로 시달린다. 자기용서는 자신을 위한 최고의 행동이며 선물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용서연구소 프레드 러스킨 소장은 “과거가 현재를 가두는 감옥이어서는 안 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므로 과거의 아픈 기억을 해소할 길을 찾아봐야 한다”며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감옥문의 열쇠를 우리 손에 쥐여준 만큼 용서하고 나면 두려워할 일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생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 묵은 상처에 발이 묶이면 좋은 것을 체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잠시라도 여유를 갖고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단풍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자. 한편 여야 정치권은 경제장관 경질문제를 비롯해 쌀 직불금 국정조사,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등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 고달픈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국가지도층 인사라면 생산적인 국정운영을 바라는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 지금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명실상부한 ‘여야정 협의회’를 만들어 나라 경제를 회생시키고 민심을 달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정치권 핵심 인사들은 17회나 여야정 협의회를 구성해 국정 해법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지난 9월25일에는 이명박(MB)대통령과 정세균(SK)민주당 대표가 여야 영수회담을 갖고 ▦국제 금융위기 대처와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 협력 ▦한반도 평화를 위한 초당적 대처 ▦국정동반자로서 국정현안 해결 등 7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가시적인 실천에 감동한다. MB와 SK는 다시 만나 9ㆍ25 합의사항을 점검하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국민 통합과 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설 때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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