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이 팔리고 있다

서브프라임 여파·弱달러 틈탄 외국인 투자 '밀물'<br>중동·中등 국부펀드 美기업 속속 사들이자<br>"美위상 추락" 우려에 "대안 없다" 실용론도



미국 금융기관이 서브프라임 부실의 여파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는데다 달러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자산이 돈 많은 외국인 투자세력에게 세일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미국 투자가 ‘제로’였던 특히 중국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현금으로 무장한 국부펀드의 힘을 앞세워 미국 기업들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는 모기지 부실로 미국 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실업률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기업과 정부 당국이 외자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맞춰 외국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권의 자금압박과 약달러란 호재를 틈타 미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 시장진출을 다지는 기회로 삼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에 인수ㆍ합병(M&A) 및 지분 투자 등으로 쏟아부은 금액은 4,1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그 전해보다 90% 급증한 것이며, 지난 10년간 연평균 투자액의 두배에 해당한다. 또 외국인의 미국 기업인수는 지난해 미국 전체 M&A 딜의 4분의1을 차지한다. 아울러 지난 연말부터 미국 투자은행들이 중국과 중동 국부펀드로부터 긴급 자금수혈을 받으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올초 2주 사이에 미국 시장에 226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체 투자의 절반을 이미 넘는다. 외국 투자가의 이같은 ‘사자’ 분위기는 미국 은행들이 현금에 궁해지면서 외국인 자금을 마다하지 않는데다 달러 약세 추세가 유럽과 캐나다 등의 통화가치를 높여 미국 투자를 한결 수월케하기 대문이다. 이런 배경을 활용해 막대한 오일머니와 보유외환으로 글로벌 큰손이 된 중동과 중국 국부펀드들이 물만난 고기마냥 미국에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다. 2000년 이전에 미국 투자가 전무했던 UAEㆍ사우디아라비아ㆍ한국ㆍ중국ㆍ쿠웨이트는 지난해 각각 평균 10억달러 이상씩을 들여 신흥 투자자들로 떠올랐다. 신문은 그러나 “이들이 공장에서부터 부동산ㆍ철강ㆍ에너지ㆍ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 대형 M&A들은 캐나다ㆍ영국ㆍ독일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밀려오는 외국 투자세력들은 또 미국 시장과 기업의 입지에 대한 찬반론을 가열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80년대 일본 대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을 한창 사들였던 때와 비교되면서 일시적인 현상이라 하더라도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의 위상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외국 기업에 일하고 있는 미국인의 수가 500만명이 넘어선 것을 근거로 “지금은 투자출처를 놓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라는 실용론도 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에 대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싹쓸이 구조조정이냐, 미국에겐 두가지 선택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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