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고대인들은 치통을 악마의 소행으로 생각했다. 따라서 치료법도 주로 주술을 통해 악마를 퇴치하는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쇠망과 함께 유럽의 치과위생도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살던 에토르리아인들은 충치를 뽑고 그 자리에 틀니를 해 넣을 정도로 발달한 의치술을 갖고 있었다. 틀니는 상아나 뼈로 만들었으며 브리지는 금으로 해 넣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건강한 이를 뽑아서 귀족들의 틀니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프랑스 혁명 무렵에는 `치아 도둑`이 성행했다. 이 도둑은 전쟁에서 부상당한 병사의 치아를 몰래 뽑아 팔았는데 그 결과 유럽인들은 `워털루`, 미국인들은 `독립전쟁`의 의치를 꼈다. 그러나 도자기 치아의 출현으로 이런 도둑은 자취를 감췄다.
신라시대에 임금을 이사금(尼師今)이라고 부른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이사금은 원래 니사금이다. 닛금은 닛(齒)에 금(자국)을 내는 것으로 음식을 물었을 때 나타나는 이 자국을 말한다. 삼국사기의 유리니사금(서기 24~57년) 편에 보면 신라 성덕왕 때 대학자인 김대문이 `니사금은 본래 우리말로 닛금을 뜻하며 남해왕이 돌아가시면서 아들 유리와 사위인 탈해에게 너희 박ㆍ석씨 중에 연치(이의 개수)가 많은 사람이 왕위를 이으라고 한 까닭에 니사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19세기에 들어와 치과의사에 의해 마취약이 개발됨으로써 통증 없이 이를 치료하는 신기원이 열렸다. 20세기에는 플라스틱 출현으로 이치는 한결 보기 좋아졌다. 이처럼 틀니는 여러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구내염이 생길 수 있어 신경을 써야 한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이를 닦듯 틀니도 곧 빼서 닦아줘야 한다. 닦을 때도 틀니 전용 칫솔에 전용세제를 묻혀서 닦아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 물 속에서 비눗물로 닦아도 문제가 없다. 단 치약으로 닦으면 틀니가 빨리 닳아버릴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밤에 잘 때는 잇몸도 쉬어야 하므로 빼서 물에 담궈 두었다가 아침에 끼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잘 때 호흡곤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착용해야 한다.
박재석 USC치대박사ㆍ뉴욕치대 임상교수ㆍ서울 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박동석기자, 김대환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