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들이 27일 큰 폭으로 오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은행주의 상승은 개인들의 증시 복귀 및 내수소비 회복과 맞물려 있는 만큼 향후 주식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주말 3ㆍ4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이 아직 크게 엇갈리는 등 은행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입장은 아직 혼란스럽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방향을 예상하는데 은행주들의 움직임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나홀로 지수 상승세를 이끌었던 정보기술(IT)주의 상승탄력이 둔화되는 시점에서 은행주들이 IT주와 함께 `투톱 체제`를 형성해야 지수의 추가상승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7일 은행주들은 대부분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조흥은행이 10.34% 오른 것을 비롯해, 외환은행(4.61%)ㆍ신한지주(3.30%)ㆍ한미은행(3.21%)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또 은행업종 대표주인 국민은행은 증권사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400원(0.97%) 오른 4만1,500원에 마감했다. 은행주들의 강세 속에 은행업종 지수도 2.07% 오른 163.25포인트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실적 바닥탈피 여부가 초점=국민은행의 3ㆍ4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대로 부진했다. 3ㆍ4분기 순손실은 3,413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적부진의 여파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3ㆍ4분기 실적이 과연 바닥인지, 또 향후 실적이 언제 어떤 강도로 회복세를 보일 지 여부가 앞으로 국민은행 주가를 결정지을 변수로 꼽힌다. 전반적으로 증권사들은 국민은행의 실적개선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유정식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민은행의 순이익이 4ㆍ4분기부터 뚜렷한 상승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순이익이 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턴어라운드주로서의 매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재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 모멘텀 부족이 국민은행의 가장 큰 우려사항”이라며 “신용불량자 구제정책에 따른 모럴해저드와 부동산정책에 따른 부동산수요 감소 등 정부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국민은행이 가장 큰 피해주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업종 최악의 상황 지났나=은행업종의 현 상황이 최악이라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감하고 있다. 또 아직 수익성이 개선에 대한 본격적인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은행업종을 둘러싼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지만 오히려 최악의 상황인 지금이 은행주 투자에 나설 적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카드업이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고, 은행들의 2~3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으로 판단돼 은행주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 채무대책과 정부의 부동산대책 등 은행업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잠복해 있는 만큼 아직 은행주 투자에 대한 보수적 관점이 바람직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지수 추가상승 위해서는 은행주 역할 중요=주요 은행주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앞으로 은행주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그간 지수상승을 홀로 주도했던 IT주에 이어 은행주들이 상승흐름에 동참하며 시장에너지를 보충해야 지수의 한 단계 레벨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에 이어 개인 등 국내 투자주체들의 시장참여가 향후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개인들이 증시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일 대상이 은행 등 금융주라는 점에서 은행주의 동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주의 반등 여부가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한 내수소비 회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도 은행주의 움직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