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통화스와프에 신흥시장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안에 대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다른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G20에서 통화스와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원화 국제화 문제는 외환정책 차원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돈은 실물경제의 뒷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느 한 분야만 앞서 달리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제통화로 쓰이지 않는 통화는 스와프 거래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 문제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지난 9월 은행장들과 만났을 때도 말했지만 외환보유고는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면서 “다만 세계적 시장 불안이 한달이 갈지, 6개월이 갈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는 (외환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는 재경부 입장과는 사뭇 다른 셈이다.
우리 경제 전망과 관련, 이 총재는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률 4%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 4ㆍ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성장률 4% 달성이 어렵고 하반기 이후로는 그때 가서 봐야겠지만 좋아진다고 자신 있게 말은 못하겠다”며 경제악화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상황이 어려울 때는 정책의 적정 조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성장률 하나만으로 정책 방향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낮은 성장률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정책 조합이 있으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의 경우 시장이 불안할 때는 대외균형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한다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그는 “성장-물가의 문제는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이고 다 다르지만 대외균형은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며 “불안한 여건에서는 일단 대외균형에 초점을 두고 그 다음에 국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