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부터 술 원산지표시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막걸리 값이 지금보다 20%정도 오를 전망이다. 이에 반해 소주와 맥주는 원료의 국산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가격인상 요인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술에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는 주세법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를 마치고 법제처심사를 거쳐 오는 7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이미 만들어진 용기·포장의 활용과 세부표기 기준 조율 등을 고려해 3개월 정도 유예기간을 둔 후 10월경부터 전면 실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원산지표시가 시행되면 제조업체는 용기나 상표에 주원료의 명칭을 3가지 이상 나열하고 원료가 국산(국내산), 수입산(국가명)인지 또는 혼합됐으면 '국산 O%, OO산 O%'식으로 표기해야 한다. 막걸리는 물론 소주, 맥주, 포도주, 위스키 등이 모두 적용 받게된다. 다만 수입양주처럼 원산지표시 진위여부를 판별할 수 없는 것은 제외된다. 원산지표시로 소비자들이 국내산 제품을 선택하는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류업계는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가장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주류는 쌀, 밀 등을 주원료로 하는 막걸리. 현재 중국산·미국산 등 수입 쌀 원료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대형 막걸리 제조사들은 '국산 표시'상품 선택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연내 제품 대부분을 100% 국산쌀로 만들 계획이다. 농협에서 쌀을 받거나 김포, 이천 등의 농가와 재배계약을 맺는 곳도 늘고 있다. 막걸리업체 '우리술'의 박정기 이사는 "원산지표시가 시작되면 전체 막걸리시장에서 국산쌀 제품비중이 70% 정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산쌀 막걸리가격이다. 제조원가중 쌀 비중은 10~20%에 불과하지만 국내산 쌀값이 수입 쌀 보다 2.5~3배 비싸 상승분을 감안할 경우 현재 수입쌀 막걸리에 비해 20~30%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입쌀 막걸리는 현재 750ml 알코올 6도짜리 시중가격이 1,100원안팎으로 국내산쌀 막걸리 보다 200~300원 정도 저렴하다. 소주병에도 주원료로 주정(酒精)의 국산·수입산 비율이 표시된다. 다만 흔히 에틸알코올로 불리는 주정을 물에 희석시켜 만드는 소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진로등 제조사는 주정 자체를 사들여와 소주를 만드는 만큼 주정 선택폭이 크지 않고 주정은 엄격한 세원 관리를 받기 때문. 현재 국내 10개 주정회사에서 제조하는 주정들은 평균적으로 국산57%, 인도네시아·태국산 등 수입산 주정 43% 정도를 섞어 만든다. 소주업체 관계자는 "공정방식과 첨가제에 따라 맛의 차이가 있을 뿐, 주정에 수입산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술 맛과는 관계 없다"며 "제조사가 국산주정 100%로 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소주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병에도 맥주 구성성분의 15~20%를 차지하는 맥아(엿기름)가 주원료로 표기된다. 맥주용 보리인 두줄보리를 가공한 맥아는 국내에서는 전남·경남지역 등에서 생산되지만 생산량이 전체원료의 20~30%에 불과할 만큼 적어 수입산을 혼합해 쓰고 있다. 맥주업체 한 관계자는 "맥주를 국산 맥아만으로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국산과 수입산을 섞는 비율도 생산시기 마다 달라 실제 어떻게 표기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