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자의 특권’ ‘Have a Good Time’ ‘기분 좋은 변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내세운 슬로건이다. 이통사들은 시장 초기에는 ‘스피드 011’, ‘PSC 016’, ‘光 PCS 019’ 등과 같이 브랜드 자체를 알리거나 ‘빠르고 잘 통한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치중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슬로건으로 바뀌었다. 초기에는 지하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서비스 품질을 판단했지만 통화품질이 평준화되면서 기술만 내세워서는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요금제까지 디자인한다=“말보다 문자가 앞서는 20살이라면?”이라는 멘트와 함께 수첩 위에 놓인 연필이 ‘말 한 마리’와 ‘날개 단 편지봉투’를 쓱싹 그려넣는다. 말은 터벅터벅 달려가지만 날개 단 편지봉투는 불을 뿜는 것과 동시에 저만치 앞서나간다. 곧 이어 “문자사랑 1100”라는 멘트가 이어진다. ‘스무 살을 디자인하다’라는 말로 끝나는 이 광고는 KTF가 최근 출시한 요금제 3종을 ‘애니메이션’으로 설명한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디자인 경영’은 제조업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동통신사들은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서비스에 접목해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KTF는 통신업계에서 가장 먼저 디자인 경영을 도입했다. 지난 2004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후 무서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KTF는 지난해 회사의 상징인 오렌지색을 응용해 퍼지는 형태로 표현한 ‘번지미’, 음악이 튀어나올 것 같은 형형색색의 음표로 꾸민 ‘도시락’ 로고 등을 내세워 2개 부문에서 ‘색체 대상’을 받기도 했다. KTF는 대리급 이하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오렌지 드림팀’을 가동중이다. 이들은 참신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모아 상품기획과 마케팅 부서에 제안한다. 또한 외부의 디자인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회사 밖에 별도의 ‘디자인 프론티어’를 운영중이다. 이노디자인 등 전문 디자인 업체와 협력해 디자인 역량도 높여나가고 있다. SKT와 LGT도 기업 로고를 비롯해 매장, 요금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요소를 도입, 활용하고 있다. ◇매장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접점=이통사의 매장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2004년 노량진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LGT의 ‘폰앤펀’이 대표적인 사례다. 폰앤펀은 단순한 서비스 처리 및 휴대폰 구매 공간에서 벗어나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폰앤펀 매장에서는 벨소리를 내려받거나 통화 연결음을 설정할 수도 있으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즉석 인화기로 바로 뽑아 볼 수 있다. 특히 모바일 자키로 불리는 전문 요원들이 고객의 실제 사용습관에 맞춰 요금제와 각종 부가서비스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폰앤펀 매장은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아 LGT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폰앤펀이 재미와 서비스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KTF의 굿타임숍과 SKT의 T월드는 고객 서비스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KTF의 경우 간판과 매장 인테리어를 아늑한 느낌을 주는 오렌지색 계열로 통일했으며, 매장 안에 서비스 체험 공간을 따로 배치해 고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KT는 오프라인 체험매장인 T월드를 110개에서 연말까지 18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KTF도 100여개의 굿타임숍을 120개로, LGT도 폰앤펀 매장을 현재 87개에서 연말까지 100여개로 늘릴 예정이다. ◇세계로 뻗는 한국의 감성 트렌드=이동통신사의 감성 경영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SKT는 베트남, 미국 등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세계 시장에 한국의 ‘감성’을 전하고 있다. SKT가 미국에 설립한 힐리오는 다른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와는 달리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핵심 무기로 내세웠다. 보통 MVNO의 경우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반해 SKT는 벨소리, 음악 서비스 등을 내세워 고객의 감성코드를 직접 겨냥했다. 힐리오는 톰 크루즈 등 헐리우드 스타들을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끄는 마이스페이스닷컴의 모바일 서비스와 모바일 싸이월드 서비스 등 인맥서비스도 제공중이다. 최근에는 친구찾기 기능을 강화한 삼성의 드리프트폰을 내놓고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SKT의 베트남 합작법인 S폰은 최근 선보인 주문형비디오(VOD)의 핵심 콘텐츠로 다양한 한류 드라마를 선보이며 가입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감성 콘텐츠로 현지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KTF도 일본의 NTT도코모와 협력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공동 개발하고 우수한 국내 콘텐츠의 해외 판매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LGT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모바일 콘텐츠를 수출하는 등 이동통신을 통한 한류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 "사원이 신나면 고객만족 저절로"
'직원만족경영' 활발 이동통신사들의 감성경영은 고객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감성 경영도 활발하다. 조직 자체가 감성적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고객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감성경영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일체감을 형성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물론 감성경영의 사령탑은 최고경영자가 맡는다. 그래서 최고경영자(CEO)는 '최고감성책임자(Chief Emotional Officer)'라고 말하기도 한다. ◇SKT, 출근 길이 달라집니다=SKT는 즐겁고 활기찬 일터를 만들기 위해 '재미(Fun)'과 '활기를 띠게 만드는 사람(Energizer)'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퍼너자이저(Funergizer)'를 운영 중이다. 세계적인 아카펠라그룹 리얼그룹이나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같은 아티스트, 신입사원이나 임직원의 장기자랑, 중국과 베트남 테마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를 1층 로비에서 진행한다. 김신배 SKT 사장도 직접 무대 위에 올라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퍼너자이저가 정기 공연이라면 'T-Joy'는 상설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 등에 맞춰 전문 서비스 요원(TJ)이 꼭지점 댄스, 장미꽃 전달, 노래 합창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SKT의 한 직원은 "TJ의 활동으로 긴장감과 업무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식사 후 나른함도 없앨 수 있다"면서 "매일 새로운 이벤트로 사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KTF, 즐거운 일터가 위대한 일터=KTF의 아침 출근 길에는 밝게 웃는 인사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부터 전개한 '나부터 먼저 웃으며 인사하기'라는 캠페인을 펼친 결과다. KTF의 한 직원은 "처음에는 서로 잘 모르는 직원들은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는 경우가 많았지만 캠페인이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인사를 나눈다"면서 "다른 부서원들과의 유대감이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KTF는 국내 유명 문화ㆍ예술인을 초청해 진행하는 강연회도 꾸준히 열고 있다. 11월 18일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의 강연이 열렸다. 이 강연에 참석한 이덕순 차장은 "공연장에서 느낄 수 없는 값진 지식과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영주 KTF 사장은 '즐거운 일터'가 '위대한 일터(Great Work Place)'라면서 직원들과 감성을 나누는데 적극적이다. 조 사장은 지난 해부터 매월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초청해 생일파티를 직접 열어주고, 직원 단합대회에서는 오케스트라 지휘를 자처하기도 했다. CEO와 직원들간의 직접적인 감성 교류의 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LGT, 임원과 사원간 벽을 허문다= LGT는 임직원의 감성적 교류를 활성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 1월부터는 매월 한 차례씩 임원이 직접 간식을 배달하는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부서나 팀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간식배달을 원하는 사원이 사연을 신청하면 매달 하나를 선정해 임원이 직접 간식을 배달한다. 매 분기마다 직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도 마련됐다. '열린마당'이라는 이름으로 각 사업부 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되며, 이 자리에는 팀장은 참석하지 못한다. 팀장이 없는 자리에서 책임임원과 업무 전반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편 특별 이벤트로 진행하는 '기분 좋은 만남'에서는 임원과 사원이 함께 암벽 타기, 댄스와 요가, 독서, 한지공예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즐김으로써 유대를 강화하는 동시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용한다. /특별취재팀 : 정구영 정보산업부 차장(팀장), 한영일·최광·황정원 정보산업부 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