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경련 「금융산업 선진화전략」/“은행합병 대형화 시급하다”

◎국내 10대은 자기자본규모 미의 1/5 불과/책임경영제 등 지배구조개편도 서둘러야/대기업 종합금융그룹 변신땐 세제혜택 부여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계기로 국제경쟁에 노출될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4일 열린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 제18차 확대회의에서는 이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해 관치금융의 한계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나아갈 방향이 제시됐다. 이날 회의에서 주제발표자들은 우리나라 금융산업 기능의 민간이양과 은행간의 합병, 소유·지배구조의 개편, 규제완화 등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병균 장은경제연구소장 등 5명의 주제발표 내용을 간추려 본다.<편집자주> ▷경쟁력 강화방안◁ ▲민병균 장은경제연구소장=우리나라는 지난 62년 은행법의 개정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수출산업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을 시작, 특수은행 설립·정책자금 확대·금리통제·배당억제를 실시했다. 수출주도형 개발전략은 금융 본래의 기능을 살리기 보다는 계획경제에서의 자원동원기구로서의 역할을 강요했다. 이런 정책은 과도한 통화증발과 높은 물가 그리고 고금리라는 인플레이션적인 경제체질을 낳았다. 또 정책금융이라는 개발연대의 잔재가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 있어 장차 금융과 자본시장 개방시 큰부담으로 남게 됐다. 90년대에도 정책자금비중은 50%를 초과하고 있다.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경영의 주체인 경영인들에게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산업이 모두 외국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인식, 대형화를 위해 최고 5개까지의 금융기관을 합병할 필요가 있으며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안에서나마 주주들의 의결권을 보장해야 한다. ▷은행◁ ▲천진석 하나은행 상무=금융산업의 구조개편 및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 9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자산 증가율이 연평균 21%, 자기자본 증가율 9.3%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면에서 총자산수익률(RDA)은 91년 0.54%에서 95년 0.28%로 하락했고 자기자본수익률은 91년 6.42%에서 95년 3.91%로 하락하는 등 은행들의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각국별 10대은행의 자기자본규모를 보면 미국은 국내 10대은행에 비해 5배, 일본은 7배, 독일은 4배, 영국은 3.5배에 달한다. 생산성 측면은 각국의 4대은행을 기준으로 1인당 자산에 있어서 미국 및 영국에 비해서는 우세하나 독일에 비해서는 3분의 1, 일본에 비해서는 6분의 1에 불과하며 1인당 이익은 독일의 10분의 1수준에 그치는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은행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은행의 지배구조를 개선, 주주 등 이해집단이 경영에 직·간접으로 참여토록 해 경영에 책임을 지는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합병 등을 통해 인원 및 지점운영을 효율화하고 전산 및 고정자산투자에 따른 부담도 줄여야한다. ▷외국은◁ ▲하영구 씨티은행 부대표=지난 6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영업을 시작한 외국은행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95년 현재 원화대출의 3.1%, 예금은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외화대출의 경우에도 시장점유율이 18.1%에 불과하다. 특히 지속적인 금융시장 개방화와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외국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 자산수익률과 자본수익률은 각각 0.18%와 4.5%인데 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경우 1.1%와 9.4%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은행의 저조한 수익성과 국제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영업환경면에서 금융기관의 경제성장 지원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경영기법상 경영에 대한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고 경영결과에 대한 평가가 감독당국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고급인력의 하향평준화와 비경쟁적인 일반 경영자를 양성하는 인사관리의 문제점 때문이다. 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규제적 금융제도이다. 따라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을 대형화하고 기존 은행의 경영합리화와 국제화가 선행돼야 한다. 또 은행산업에 대한 사고가 바뀌어야 하며 경제성장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전략산업으로 육성돼야 한다. ▷증권◁ ▲최경국 대신증권 사장=올 6월 현재 서울증권시장에는 7백24개사가 상장돼 있으나 뉴욕증시와 동경증시에는 각각 2천7백55개사와 1천7백25개사가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서울증시가 1천6백51억달러로 뉴욕증시의 40분의1, 동경증시의 22분의 1에 불과하다. 채권시장 규모도 우리나라는 국채, 지방채 및 금융채를 합해 발행잔액이 1천2백5억달러로 일본의 국공채 발행잔액 3조9백73억달러와 미국의 재무부 증권발행 잔액 3조6천8백96억달러에 비해 각각 25분의 1과 3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증권업 경쟁력 강화의 애로요인으로는 먼저 발행시장 부문의 규제와 외화증권발행규제 및 유통시장 규제를 들 수 있다. 이제 세계적 조류인 겸업주의와 은행, 증권, 보험을 3대축으로 하는 금융산업 개편에 대비해 증권의 업무범위를 과감히 확장하고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기업 그룹에 금융전업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금융전업의 종합금융그룹을 공표한 그룹에 금융제도상의 규제완화와 세제상의 혜택 등을 주어야 한다. ▷보험◁ ▲조진형 삼성보험금융연구소장=우리나라 보험사는 상품 측면에서 소비자 중심보다는 생산자 중심으로 업계 공동상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비해 선진국은 고객의 생활스타일 변화에 맞는 차별화된 다양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영업측면에서도 외국회사는 영업생산성이 높고 저비용 고효율의 판매채널이 다양화돼 있어 단순히 설계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자산운용에 있어서도 파생상품을 이용한 금리리스크 헤징 등 자산운용기법이 훨씬 선진화 돼 있다. 보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환경변화와 규제완화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를 막기위해 지급능력 확보, 보험공시제도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체제가 강화돼야 한다.<정리=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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