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선불금 상환용 알면서 윤락녀에 대출은 무효"

대법, 금융기관 패소 판결

금융기관이 윤락녀가 선불금을 갚기 위해 사용될 줄 알면서도 윤락녀에게 빌려 준 대출금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은 2002년 당시 K(여)씨에게 3,000만원을 빌려 준 S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가 K씨와 연대보증인 김모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K씨는 2002년 10월 지방의 A윤락업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함께 일하던 김씨 등 2명과 업주 부부 등 총 4명을 연대보증인으로 S조합으로부터 3,000만원의 대출금을 받은 뒤 이 대출금으로 이전에 다니던 업소의 빚을 갚고 A업소에서 윤락행위를 시작했다. S신협은 “K씨와 연대보증인 4명이 연대해 3,000만원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업주 부부에 대해서만 3,000만원의 상환 책임을 인정하고 K씨와 김씨 등 2명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예금보험공사는 항소심에서 S신협이 돈을 빌려 줄 당시 K씨가 윤락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단순히 유흥주점 종업원이었고, 대출금이 선불금 명목으로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신협은 K씨 외에도 A업소 여종업원에게 대출을 해주고, 당시 대출 담당자도 선불금의 용도로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S신협은 대출금이 K씨의 윤락행위를 권유ㆍ유인ㆍ알선하기 위한 선불금을 갚기위해 사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도 대출을 해줬기 때문에 이를 무효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법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규정하고 있고, 구 윤락행위 등 방지법 제20조는 윤락행위를 하도록 유인ㆍ강요하는 등 일련의 행위를 하는 사람이 윤락행위를 하는 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그 계약에 관계없이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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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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