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자동차 도전 경영인의 기구한 운명

한국 자동차의 대명사로 「포니 정」이라고 불렸던 정세영(鄭世永)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이 자동차업계를 완전히 떠나 건설맨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자동차에 도전했던 경영인들의 현 주소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정세영(鄭世永) 현대자동차 명예회장, 김선홍(金善弘) 전 기아자동차 회장, 이건희(李健熙) 삼성 회장, 김석원(金錫元) 쌍용 회장 등 국내에서 자동차산업에 도전했던 경영인들의 처지가 공교롭게도 모두 편치않은 상황이다. 유일하게 김우중(金宇中) 대우 회장만이 대우자동차를 적극적으로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자동차의 대부인 정세영 명예회장(71)의 삶은 세계 12위 현대자동차의 성장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학자의 꿈을 안고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까지 받았지만 지난 57년 형인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현대건설 경영에 참여하다가 67년 현대자동차 설립 때부터 사장직을 맡아 「포니신화」「엑셀신화」 등을 일궈냈다. 그는 배짱과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정주영 명예회장과 달리 합리적이고 섬세한 경영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자동차에 대한 열망을 접고 이제 건설회사 경영인으로 새 출발하게 됐다. 첫 경영수업의 무대였던 건설업으로 32년만에 되돌아가게 된 것이다. 김선홍 전 회장은 기아·아시아자동차 부실경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았을뿐 아니라 배임죄 등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5월부터 서울구치소에서 수형생활을 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특히 한승준(韓丞濬) 전 부회장, 이기호(李起浩) 전 종기실 사장 등 기아를 함께 일궜던 부하직원들과 함께 수형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 몹시 곤혹해하고 있다고 면회객들은 전하고 있다. 그는 국내자동차산업을 세계 5대 생산국으로 끌어올린 외형적인 기여는 물론 선발 외국자동차업체들의 괄시와 텃세를 제치고 국내자동차기술의 오늘을 있게 한 인물이다. 지난 58년 기아자동차 전신인 기아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 부도직전 기아를 세계 17위까지 끌어올린 주역이다. 지난 94년 자동차산업 진출을 관철시킨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일각에서 삼성자동차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차원에서 퇴진론까지 들고 나와 곤란한 처지에 봉착해 있다. 金전기아그룹회장이 청문회에 나와 삼성자동차 진출과정과 기아주식매집사건 등 묻어놨던 얘기들을 줄줄이 풀어놓는 바람에 곤혹해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그는 삼성자동차를 대우와 빅딜 대상으로 내놓고 자동차산업에서 손을 털 준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광으로 李 삼성 회장과 절친한 관계인 김석원 쌍용 회장도 쌍용자동차 투자실패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인한 상처는 쌍용그룹 전체를 흔들거리게 만들어 대우로 넘긴지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쌍용에 큰 아픔을 주고 있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국내 자동차산업이 현대와 대우자동차 2사로 재편되자 자동차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잘 나가는 대우차」로 대접받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GM의 투자유치, 내수시장 80%를 장악하고자 하는 현대의 압박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길 지 주목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들의 기구한 처지에 대해 『그만큼 자동차사업을 성공시키기 어렵다는 반증 아니겠느냐』며 새삼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과를 묻되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는 그만큼 상응한 대가를 해줘야 되는 것도 우리사회의 예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영웅을 만들지 않는다」는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가 자동차에 도전했던 경영인들을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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