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곱터의 `다다다`굉음이 들려오는 가운데 4대의 헬기에 나눠탄 4중주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동시에 관객은 오디오와 영상 장비가 들어찬 방에 들어가 앉거나, 혹은 광장 같은 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맞은편에는 4대의 텔레비전과 스피커 타워가 세워진다. 그리고 사방에서 관객들은 클로즈업 된 4명의 연주자중 한명의 연주를 듣고 보는 것이다.
전자음악의 선구자인 현대음악가 칼하인츠 슈톡하우젠이 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한스 란데스만교수의 의뢰를 받고 95년 암스텔담에서 초연한 현악4중주곡이다. 3회의 세계 초연을 위해 3번의 비행이 있었고, 2000년 11월 샤를 그로 아카데미의 2000년 음반 대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프렐조카주 발레단의 상임안무가 안젤린 프렐조카주는 소음과 음악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음악과 춤 사이의 관계를 좁힐 수 없다는 이유로 안무할 생각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마음을 바꿨다. 두번째 들었을때는 나선형 터빈 소리와 아르디티 4중주단의 흠잡을 데 없는 주법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2001년 초연한 `헬리곱터`는 사람의 마음을 밑바닥에서부터 긁어대는 거친 테크노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무대 바닥에 정지하게 연출되는, 물결의 파장을 닮은 영상의 안팎을 넘나든다.
이 작품이 제6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초대받아 27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초연된다.
이 무용단은 `헬리곱터`를 선보인 후 바로 `봄의 제전` 도 공연한다. 1912~1913년 스트라빈스키가 애초 무용음악으로 작곡한 `봄의 제전` 은 음악 자체의 난해함 때문에 지금까지 피나 바우쉬나 모리스 베자르 등 대가급 안무가들에 의해 무용 무대에 올려졌다. 프렐조카주는 안무노트를 통해 “20세기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이 음악을 들을때마다 선인들이 가졌던 공포만큼이나 매력적인 느낌을 받았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영적 문화적 지적 탐구를 계속하는 한 결국 그들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스스로의 나약함을 이겨낼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프렐조카주가 1913년 바슬라프 니진스키 안무로 초연됐던 발레리스 극단의 작품을 재해석한 것이다.
난해한 현대음악과 창의적인 예술의 몸짓이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자뭇 궁금하다. (02)763-1175.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