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은 23일 유치원 중복지원시 합격 취소 방침을 공식 철회했다. 이근표 교육정책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중복지원자 합격 취소 방침을 계획대로 추진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더 이상의 진행은 무리라고 판단, 방침을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지난해 11월10일 유치원 중복지원을 제한하기 위해 지역별로 가~다군을 정해 각 군 3회로 지원을 제한하고 이에 대해 반발이 일자 이를 국공립의 경우 1회를 추가해 총 4회로 지원을 제한하는 방침을 밝혔다. 나아가 유치원 추첨일 하루 전에는 "중복지원이 발견되면 합격을 취소하겠다"는 초강경 방침을 밝혔다. 현실성이 없다며 논란이 일었지만 서울교육청은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교육청이 각 사립 유치원에서 중복지원자 확인을 위해 원아정보를 제출한 곳은 두 곳 중 한 곳에 불과했다. A유치원에서 원아정보를 보내오면 다른 유치원에 등록된 원아정보와 비교해 중복지원자를 걸러내야 하는데 대조할 자료 자체가 확보되지 않은 셈이다.
결국 조 교육감은 지난해 12월30일 "송구하다"고 밝혔지만 그때까지 방침 취소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결국 이날까지 중복지원 합격자에 대한 행정처분(합격 취소)을 기대하며 혹시나 자리가 날까 기대하던 학부모들은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리게 됐다.
아이를 당분간 할머니댁에 맡기게 됐다는 한 워킹맘은 "'가만히 있으라' 해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고 정직하라고 해서 정직했던 부모가 무능한 부모였다"며 "아이의 첫 사회 경험인 만큼 원칙을 따랐는데 우리 아이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특히 조 교육감이 공식 사과는 물론 이번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에 대한 문책 등도 사실상 없어 학부모들의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책임을 지고 유아교육과장이 대기발령 후 전보조치를 당한 게 책임자 문책의 전부다. 이번 논란으로 교육행정 전반으로 불신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부모는 "엄마들 사이에 중복지원자를 몰래 신고하게도 만들어놓고 정작 교육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교육청의 방침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겠느냐"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서울교육청은 내년도 원아모집을 대비해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중복지원시 취소 방침 등은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지만 학부모들은 냉랭한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