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쟁·개방 무리하게 막으면 이익집단 떼쓰기 휘둘릴 것

경제학회 세미나서 비판<br>한은 기준금리 내렸어야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이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국경제학회 세미나에서 엔화 약세가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무리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밝힌 15일, 학계에서도 정치권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타이밍도 놓치고 일관성도 없다는 것이 요지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협력업체를 쥐어짠다는 경제민주화의 전형적인 예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경제민주화는 허구"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한 전자기업의 협력업체 100여개와 이들 협력업체와 자산ㆍ매출ㆍ업력이 비슷한 같은 수의 일반업체를 분석한 결과 협력업체의 자산 대비 순이익(ROA)ㆍ고용 여력이 훨씬 좋게 나왔다.


조 교수는 "일각의 '재벌, 그들만의 잔치'라는 질타는 심정적 예단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은 C학점을 받은 학생이 '교수가 자신의 학점을 후려쳤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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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김종석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착한 경제민주화'와 '나쁜 경제민주화'"를 구분해야 한다"며 나쁜 경제민주화는 경쟁과 개방을 제한하고 조직화한 이익집단에 포획돼 조직 이익을 보호하는 형태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이런 경제민주화는 결국 이익집단의 떼쓰기가 득세하는 관치경제를 초래한다"며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생산성ㆍ일자리ㆍ세수를 감소시켜 복지재정을 확충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또 11일 한은의 금리 동결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발표자로 나선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통화정책의 시차효과(2분기)를 감안해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며 "전기 대비 1% 미만 성장, 국내총생산(GDP) 갭이 하락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다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상반기 중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도 한은의 소극적인 통화정책을 비판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4월에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한은의 실기"라며 "지난해 말과 올 들어 계속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했는데 금리도 추가로 두 차례 인하했더라면 일관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환율정책을 고려해서라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채권거래세ㆍ외환거래세까지 검토했는데 이보다 손쉬운 방법이 금리 인하"라고 했다. 금리 인하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절반 수준이고 가게부채도 급증하는 단계를 지나 호기였다"고 반박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 역시 "한은이 한 걸음 앞서서 했으면 더 괜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목 받은 것은 한국경제학회 전임 회장으로서 사회자로 참석한 하성근 금융통화위원이었다. 하 위원은 토론 중 "한은 내부에서도 아주 심각하게 장단점을 폭넓게 논의했고 위원회라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다"며 "2주 뒤에 (4월 금통위) 회의록이 공개되기 때문에 직접 답변드리기는 어렵지만 너무 저한테 신경 쓰지 말고 자유롭게 토론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하 위원은 1월부터 3월까지 금리 인하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2월에는 이 학회가 주관한 경제학공동학술대회에 김중수 한은 총재가 참석해 논문을 발표, 관심을 끌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엔화 약세가 우리 경제에 예상보다 큰 위협이 될 것으로 경고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경제가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해온 것은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수출 덕이었고 여기엔 원ㆍ엔 환율과 중국의 역할이 컸다"며 "중국 성장세가 둔화되고 원ㆍ엔 환율 하락이 단기에 안 끝날 것으로 보여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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