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5일제 근무실시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부분 기업에서 주5일제 실시 방법을 둘러싼 노사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주5일제 법제화에 따른 연월차 축소 문제나 휴일 근무수당 지급 방식을 두고 노사간 의견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칫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대부분은 이미 지난해부터 주5일 근무제를실시중인 만큼 내달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발효되더라도 근무 형태의 변화는 없어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임단협 합의 내용에는 현재 노사간 핵심쟁점인 연월차 축소문제가 완전 배제돼 있어 갈등의 핵심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차[005380]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정부안대로 월차 폐지와 연차 축소를 담아주5일 근무제를 운영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임금 협상에 연월차 축소분을 반영, 결국 임금을 줄이자는 뜻으로 해석돼 노조와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000270], GM대우, 쌍용차[003620]노조 역시 현재 사측과 이 문제를 놓고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각자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조선업계의 경우도 주5일제 근무의 구체적인 시행방식과 관련, 토요수당 및 휴일축소 문제를 놓고 노사간 `격돌'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009540]은 노사합의로 지난 4월부터 주5일제 시행에 들어갔으나 구체적 시행방식에 대해서는 임단협에서 결정키로 한 상태로 사측은 법 개정에 따른연월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시행 주장을고수하고 있다.
특히 주5일제 도입제로 휴일이 되는 토요일 특근수당와 관련, 회사측은 임단협에서 기존 150%에서 125%로 낮출 것을 제시했으나 노조측은 이에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교섭이 진행중인 대우조선 노사도 상황은 비슷한 가운데 특히 사측이 개정법에 따른 연월차 축소와 함께 신정과 추석, 설 연휴 마지막날 1일 추가 휴가 및 회사 창립 기념일, 노조 창립 기념일 등 법정 공휴일이 아닌 단협상 휴가로 규정된 일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휴가를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이닉스반도체[000660]의 경우는 주5일제 실시 형태를 논의할 노사협의 조차도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노조 관계자는 "이천과 청주지역 노조간 구체적 일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 문제를 두고 아직 노사협상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며 "7월이후가 돼야 주5일제 실시 등을 포함한 단체협상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보다 많은 재원이 드는 주5일제 근무 실시에 대해 채권단이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가 주5일제 문제 해결에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주말에 근무하는 현장 인력이 많은 업종 특성상 이들에 대한 주 5일제 적용 방식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노사협상이 한창인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사 공정이 주 6일 근무 기준으로 짜여져 현장의 일부 인력은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한다"며 "토요일 근무 인력에 대해 수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측에서는 파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쌍용건설 김성한 노조 부위원장은 "휴일 근무수당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대해사측과 이견이 있다"며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와 연계해 파업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SK㈜[003600], SKC[011790] 등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올해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기존의 연월차 휴가를 토요일에 쓸수 있는 형태로 7월부터 법 시행에 들어가면 노조와 갈등이 예상된다.
효성은 현재 노사간 임단협이 진행중인만큼 합의를 통해 시행방안을 결정할 방침이지만 합의 지연시에는 일단 현행 방식을 지속한 뒤 추후 비용 처리 등 결정사항을 소급적용할 예정이다.
반면, 노사가 주5일제 실시 방법에 합의하거나 합의가 유력한 경우도 있다.
코트라(KOTRA)의 경우 최근 별도의 노사교섭 없이 내달 1일부터 법정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대신 유급 월차휴가를 없애고 여성근로자의경우 월 1일 유급 생리휴가를 무급화하는 방식으로 주 5일근무제를 실시키로 했다.
또 연차휴가는 15-25일(2년당 1일 가산)로 축소 조정했다.
코트라 노사는 주 40시간제가 실시되더라도 기존의 임금수준 및 시간당 통상임금은 낮아지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한항공[003490]도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066570]는 오는 7월부터는 개정된 법에 따른 주5일 근무제를 전향적으로도입키로 하고 노사양측이 제도도입에 따른 비용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긍정적으로 논의중이다.
농심[004370]의 경우 노사협상을 통해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대신 월차 유급 휴가를 폐지하고 여성 근로자의 생리휴가를 무급화하기로 합의했다.
풀무원[017810]은 주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되 생산공장은 시설 운영을 중단할 수 없어 4조3교대(4일 근무.4일 휴무) 형식으로 법 시행에 들어가기로 하고 내달부터 1천명 이상 사업장인 ㈜풀무원과 음성 두부공장에 우선 도입한 뒤 2006년까지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