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인수戰 이기고 나니… '브랜드 비용' 화들짝

대우·LG·까르푸등 단순한 흡수통합 어려워져<br>로열티 내고 기존브랜드 사용…교체전 과도형태 이용하기도


기업인수戰 이기고 나니… '브랜드 비용' 화들짝 대우·LG·까르푸등 단순한 흡수통합 어려워져로열티 내고 기존브랜드 사용…교체전 과도형태 이용하기도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최근 롯데를 제치고 까르푸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 이랜드그룹은 요즘 새로운 과제를 해결하느라 바쁘다. 이랜드는 까르푸 인수비용으로 당초 입찰에서 제시했던 1조7,500억원보다 2,700억원 적은 1조4,800억원을 지불하게 됐지만 이렇게 절약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쏟아부어야 할 판. 전국 32개 까르푸 매장을 홈에버로 바꾸려면 적어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에게 새 브랜드를 인지시키려면 추후 들어가야 할 비용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의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들은 승리의 축배를 만끽하기 앞서 예전에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브랜드 경영'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동안의 M&A는 인수 주체기업이 인수 대상기업보다 훨씬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어 기업 흡수는 물론 브랜드도 흡수 통합하면 됐지만 올 들어 성사된 M&A는 '대우' 'LG' '까르푸' 등 하나같이 대단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던 곳들이어서 단순히 흡수 통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를 이용하자니 거액의 로열티를 물어야 하고, 브랜드를 바꾸자니 '충성 고객'을 밀어내는 부작용이 걱정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다반사다. 두산인프라코어 (옛 대우종합기계)는 절충형 '브랜드 경영'을 펼치는 대표적인 곳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회사명은 바꿨지만 주력 해외 시장인 중국 등에서는 '대우' 브랜드 파워가 워낙 막강해 당분간 '두산 대우'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라는 이름을 사용한 대가로 20억원가량을 지불했다"며 "두산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 종국엔 대우 브랜드를 떨궈내야겠지만 당장은 두산만으로 가져가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은 브랜드 사용료를 해마다 지급하지 않고 아예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우인터내셔널과 계약했다. 이 회사는 M&A 계약 당시 대우 브랜드를 영구히 사용하는 대가로 주식양도, 채권 인수 등의 방식으로 로열티를 지불했다. 지난달 대우일렉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인도의 비디오콘사 역시 대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자세다. 대우일렉은 지난 2003년 9월 대우 브랜드 사용권을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제품 판매량에 따라 일정 비율로 브랜드 사용료를 물기로 합의했다. 비디오콘이 대우일렉을 최종 인수한 뒤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우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연간 수십억원대의 브랜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ㆍ하나금융지주 등을 꺾고 LG카드 인수에 성공한 신한금융지주는 업계 1위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애를 먹고 있다. 신한은 LG카드를 인수하더라도 최소 2년은 신한카드와 별도 법인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LG그룹은 최종 매각절차 이후 단 3개월만 LG카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못을 박았다. 신한지주에 인수되더라도 현 LG카드는 별도 법인인 신한카드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어 LGㆍ신한과 별도의 과도 브랜드를 만들어야 할 처지다.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전략기획팀 부장은 "아직 실사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LG그룹과 브랜드 사용과 관련 접촉을 한 적은 없다"면서도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에 브랜드 관련 내용이 없어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더라도 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대우건설이 ㈜대우에서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인적 분할된 회사여서 브랜드 이용권 공동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건설 역시 현대그룹 외에 다른 곳에 팔려도 현대그룹이 브랜드 사용권을 갖고 있지 않아 사명을 유지할 수 있다. 입력시간 : 2006/10/13 17:05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