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발등의 불 반부패라운드(사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중인 뇌물방지협약(일명 반부패라운드)이 당초 예상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일부터 5일간 파리에서 열린 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실무자협상에서 OECD회원국들은 국내 기업들의 거래관행에 큰 영향을 줄 몇가지 원칙에 합의, 우리기업들의 체질개선이 발등의 불이 됐다.우선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줄 경우 기업관계자는 형사처벌은 물론 뇌물을 활용해 얻은 이익 전부를 몰수당하며 일정기간 입찰자격을 제한받는다. 수뢰 공무원도 뇌물을 몰수, 추징당하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뇌물수수로 상대적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되는 제3국은 뇌물과 관련된 약간의 증거만 있더라도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경쟁기업으로부터의 민사소송도 감수 해야 한다. 제3국에 감시자 역할을 맡겨 국제사회에서 뇌물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쟁업체간, 국가간 감시 및 첩보전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부패라운드는 OECD회원국들 가운데 미국을 비롯,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주도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들 국가는 국제경쟁입찰에서 자국기업들이 후발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는 것을 뇌물탓으로 돌리고 반부패라운드 제정에 앞장 서 왔다. 반부패라운드가 겨냥하는 나라는 특히 한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간 입찰에 있어 뇌물이 거래의 관행으로 정착돼 있는 나라로 지목된 때문이다. OECD는 오는 11월 중순께 열리는 3차 실무자협상에서 공무원의 범위 등 남은 쟁점에 대한 타협안을 마련, 12월의 각료회의에서 서명식을 갖는다. 내년중 각국은 국내법 절차를 마무리, 오는 99년부터 시행된다.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대선을 앞두고 비자금 폭로전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치 뇌물이 없으면 기업을 경영할 수 없는 나라로 비춰지고 있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경제인들도 뇌물에 관한한 자유스럽지 못한 사람들로 오명을 쓰고 있다. 정치가 나라의 위상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앞으로 국제간 입찰은 공정한 게임룰이 적용된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이 경쟁의 원칙에 따라 입찰을 받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색안경을 쓰고 본다면 사사건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제 우리기업들도 선진국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거래관행을 바꾸어야 한다. 반부패라운드가 항상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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