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는 배앓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높은 기온에 음식이 쉽게 상하니 식중독의 위험이 높고,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신체 노출이 많아지니 각종 대장균에 노출될 기회도 늘어난다. 여행을 많이 하니 물갈이성 배탈이 늘어나고, 날이 덥다고 해서 찬물 찬 음식 빙과를 자주 먹게 되니 조금만 자제를 못해도 위장과 대장이 열을 빼앗겨 탈이 나기 쉽다.
벗고 잠들어 배가 찬 기운에 노출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는 또 파리 모기 같은 매개 곤충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라 조금만 위생을 소홀히 해도 유행성 전염병에 감염되기 쉽다. 옛 사람들은 배탈로 인해 설사가 날 때, 여러 가지 주변의 식물을 이용해 응급 대처를 했다. 우선 마늘과 황경피 등은 급성의 설사, 붉은 피가 섞여 나오는 적리에도 효과가 있고, 할미꽃 오이풀 딱지꽃 마디풀 겨우살이 쇠비름 같은 것도 설사를 다스리는 데 쓰였다. 쥐손이풀 종류는 세균성 이질이라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이질풀'이라 불리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황련 황백 같은 약재를 주로 쓰고, 몸이 오히려 냉해져 생긴 배탈 설사에는 갈근을 즐겨 사용한다. 열이 나는 설사와 몸이 차가워지는 설사가 있는데, 어느쪽이든 기력을 먼저 찾아주는 것이 우선이다. 감기와 설사가 혼합된 설사에는 갈근황령탕을 쓰고, 설사를 6~7일이나 하고 기침 구역질 갈증이 있으며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는 저령탕을 쓴다.
위가 허약하여 복통과 함께 설사가 날 때에는 인삼을 쓰기도 하며 스트레스로 위가 위축되거나 트림 위하수와 함께 찾아 드는 설사에는 반하백출천마탕ㆍ반하사심탕 같은 것이 효과가 있다. 감초와 당귀 건강 등은 이런 처방에 자주 포함된다.사실 하루에도 수 차례씩 음식과 음료를 먹고 마시는 보통 사람들은 거의 하루 종일 배탈의 위험 앞에 놓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같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생활하며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배탈이 심하게 나는 사람과 거의 나지 않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쉽게 배탈이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가볍게 지나가는 데 비해 허약한 사람은 음식의 변화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여 자주 설사를 일으키게 된다. 직접 배탈 설사를 다스리는 약도 중요하지만, 여름철 무더위에 허덕이는 체력을 보강해줄 수 있는 처방과 운동이 더 중시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은주ㆍ대화당한의원장ㆍdaehwad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