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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도 내놓겠다'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오는 14일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다.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전 총리가 14일 오전10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출범한 후 기초조사와 사건 관계자 조사에 집중해온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12일 이 전 총리의 소환을 공개한 것은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한 입증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더구나 검찰은 사회적 관심이 많은 거물급 피의자의 경우 소환조사를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기 때문에 이미 이 전 총리를 사법처리할 만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8일 소환조사한 홍준표 경남지사보다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홍 지사의 경우 '돈 전달자' 역할을 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라는 핵심 증인이 있지만 이 전 총리는 현재까지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홍 지사에게 건네기까지의 과정을 '일관되고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으며 특별수사팀은 이를 토대로 홍 지사의 혐의를 상당 부분 입증한 상태다. 특별수사팀에 윤 전 부사장은 '실체적 진실을 밝혀줄 귀인(貴人)'인 셈이다. 이 전 총리의 경우 이런 귀인이 없기 때문에 당초 금품 수수 일자로 지목됐던 '2013년 4월4일'도 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비타500 박스에 담아 전달했다는 금품 전달 방법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 전 총리의 소환조사에 대비해 다양한 카드로 압박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지사의 경우와 같이 금품 수수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게 그 첫 번째다. 이를 위해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와 수행비서 금모씨, 이 전 총리 측 운전기사 윤모씨, 당시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봤다고 주장한 선거캠프 자원봉사자 한모씨 등을 불러 2013년 4월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이 전 총리의 경우 금품 수수 상황을 완벽하게 복원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전 총리 측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좇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실제 검찰은 이 전 총리 재보선 캠프 사무장 역할을 했던 신모씨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이 선거자금 등으로 쓰인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총리 측이 사건 관계자들을 회유·압박했다는 의혹도 이 전 총리를 압박할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만났던 충남 태안군 의회 의원들에게 "이번 사건 관련해서 성 전 회장에게 무슨 말을 들었느냐"는 취지로 15차례 전화를 걸었으며 이 전 총리의 김모 비서관도 2013년 4월 당시 "이 전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봤다"고 주장한 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를 회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수사를 방해하는 회유와 압박은 일종의 증거인멸로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근거로 이 전 총리를 압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