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미국에는 더 큰 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발언을 통해 미국 금융규제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완수할 필요가 있는 과제다.
미국의 금융감독시스템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보험사의 리스크는 은행과는 달리 별도의 기관에서 평가한다. 파산한 금융기관에 대한 처리는 그들이 예금자 보장을 해왔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라진다. 현장에서 멀찌감치 물러나서 금융계의 구조적 위험성을 평가할 만한 독립적인 기관도 하나 없다.
지난해 가을 이 같은 ‘조그만 틈’들은 폭발적인 결과를 낳았다. 리먼브러더스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가 국제 금융시장에 그처럼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이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이들 기업이 운용하던 금융상품의 구조적 문제점은 간과됐다. 감독 당국은 몰락하는 금융기업을 붙들어줄 도구를 갖추고 있지도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미 금융감독기관을 통합ㆍ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옳은 말이다. 드넓은 금융계에서 모든 금융기업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해결할 만한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금융기업들이 일괄적으로, 또 어떤 업종이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 규제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미국은 이전보다 더 적으면서도 더 강한 금융감독기구를 통해 이를 시행해야 한다.
버냉키 의장이 지적했듯 이 같은 ‘슈퍼 감독기관’은 시중에 나도는 온갖 전망과 예측을 걸러낼 필요도 있다. 그래야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성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FRB가 보다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슈퍼 감독기관과 FRB가 사이좋게 협조하기란 힘들다. 감독 권한을 한 곳에 집중한다는 것, 특히 이미 막강한 권한을 가진 FRB에 연방정부만큼의 힘을 보태준다는 것은 말썽을 불러올 가능성도 높다.
반면 통합된 금융감독기관이 탄생하면 해외 금융당국과의 공조도 쉬워진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슈퍼 감독기관은 든든한 힘이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