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촉법 재연장 싸고 "상시 법제화 추진" vs "위헌 소지 많아"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 놓고 금융위·법무부 충돌 조짐

4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예고 없이 '기업구조조정제도 개선 검토 방향'이라는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시법제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주체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기촉법과 충돌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통합도산법 담당 부처인 법무부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채 배포됐다. 금융위는 배포 후에야 법무부에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2001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연장을 거듭해온 기촉법 재연장을 두고 금융위와 법무부가 또다시 충돌할 조짐이다. 웅진 법정관리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가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을 영구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나 법무부는 기촉법은 위헌 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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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우선 기촉법의 상시법제화. 지난해 양측은 대립 끝에 기촉법을 2013년 말까지 재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2014년부터는 기촉법을 폐지하기로 했다.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워크아웃을 규정한 기촉법이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고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소수 채권금융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4년부터 기촉법을 완전 폐지하고 자율협약으로 전환한다는 데 금융위 측과 합의했다"며 "기촉법 상시화는 절대 불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가 웅진 사태를 계기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충돌 지점은 워크아웃 신청 주체를 채권단으로 확대하는 것. 지난해 기촉법을 재연장하면서 양측은 기업 신청에 의해서만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채권금융기관이 기업의 의사와 관계없이 워크아웃을 개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법무부의 의견을 금융위가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금융위는 개선안에서 채권기관도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금융위 방안은 사실상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이 부분 역시 위헌 소지가 있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기촉법이 만료되는 내년 말께 기업구조조정 공백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촉법은 2001년 신속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한시법으로 도입된 후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기촉법은 제3차 기촉법이다. 기촉법을 연장할 때마다 금융위와 법무부는 극단적인 충돌을 반복해 "정부 부처가 기업구조조정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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