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감성 에너지의 힘

“저는 평생 일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너무나도 즐겁고 재미있는 방송을 40년 가까이 해왔을 뿐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방송인 테리 웨건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의 성공 열쇠는 충만한 감성에너지였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품질ㆍ가격ㆍ기술 등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는 ‘비교경쟁력’이 과거 경제전쟁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디자인’ ‘브랜드’ 같은 사람들의 감성과 미적 취향 등을 감안한 ‘소프트경쟁력’이 핵심요소로 부상했다. 정보화사회가 지나면 드림 소사이어티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 롤프 옌센의 말처럼 부를 창출하는 축이 이성에서 감성으로 이동한 셈이다. 사람들은 이제 ‘필요’해서가 아니라 ‘좋아서’ 선택을 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즐겁게 일하기를 원한다. 기업들이 눈에 띄게 구성원들의 행복, 기쁨, 삶의 질, 재미 등 감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의 감성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내고 충전시킬 수 있을까. 우수한 인재들만을 뽑아 그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높은 보상을 해준다고 해서 탁월한 경쟁력과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설계도에 따라 최고의 부속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빠르게, 오래 달릴 수 있겠지만 사람은 결코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고객만족도와 창업 이래 매해 흑자 성장세를 유지해온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는 노사분규가 없다. 다른 항공사들과는 달리 정시 출발이 지연될 조짐이 보이면 조종사들조차 고객의 짐을 손수 나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승무원의 농담 섞인 기내방송에서 느낄 수 있듯 정형화된 기존 항공사의 서비스와는 구별된다. 무엇보다 즐겁게 일하고, 그래서 비행 여행 자체도 즐겁다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겨나 고객에게까지 긍정적인 감성에너지가 전달된다. 애초에 유머러스한 인재를 뽑기도 하거니와 구성원 간의 친밀감과 자발적인 업무 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관리방안과 지속적인 훈련이 이뤄낸 결과라고 한다. 감성에너지는 제도와 훈련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문득 농부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감성에너지가 충만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성껏 씨를 뿌리고 밭을 가는 농부의 마음을 가져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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