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천항 보따리상 세계 들여다 보니…

"돈 안돼" 내국인 줄고 중국인들 빈자리 메워…중국인들 환차 고려땐 쏠쏠<br>1년새 28% 늘어…반입 물품도 농산물 줄고 마약·짝퉁 크게 늘어


13일 오전9시30분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 전날 오후7시30분 중국 웨이하이(威海)를 출발, 뉴골든브릿지호Ⅱ를 14시간 가량 타고 온 478명의 여행객들이 세관 휴대품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지어 있다. 한국에 들여와 팔면 제법 돈벌이가 되는 마른 고추와 참깨ㆍ녹두 등을 갖고 들어온 사람이 적지않아 보인다. 이중 한 사람은 중량제한(5㎏)을 넘어선 물품을 휴대, 세관 검사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인천세관에 따르면 이들 여행객 중 한국인은 212명, 중국인 247명, 나머지는 대만인과 일본인 등이다. 이중 257명이 관광객이며 나머지 221명은 일명 보따리상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보따리상 중 32%에 달하는 70명이 중국인이라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예년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지만 보따리상의 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9년 9월부터 농산물 반입 단속을 강화하고 면세범위를 축소하면서 수입이 줄자 우리나라 보따리상들이 떠났고 그 빈자리를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메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중국인 보따리상의 경우 2004년부터 여행자에 대한 입국절차가 간소화되면서 크게 늘고 있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보따리상들과 같은 돈을 벌어도 환차를 감안하면 여전히 재미가 쏠쏠하다. 정부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로부터 국내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품목에 따라 최고 600%의 고세율을 부과했다. 보따리상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고추의 경우 ㎏당 매매차익이 2004년 약 5,000원에서 3,000원 내외로 줄었다. 한달에 8~12번(편도) 중국을 오가면서 물건 배달비를 받고 있지만 최저생계비(3인 가구 기준 93만9,000원)조차 못 번다는 것이 내국인 보따리상들의 하소연이다. 이모(48)씨는 “통상 뱃삯 19만원과 식비 등을 빼면 왕복 한 항차에 잘 벌어야 4만~5만원”이라며 “IMF 관리체제 직후에 비해 수입이 5분의1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천세관에 따르면 2006년 8월 말 현재 중국과 인천을 왕래하는 보따리상은 2,517명. 이중 내국인이 67.3%인 1,694명, 중국인은 24.7%인 622명, 대만인이 8%인 201명을 차지했다. 중국인 보따리상의 경우 지난해 같은 시점 485명에서 28%나 늘었다. 인천항~스다오(石島) 항로의 경우 보따리상 전체 250명 가운데 한족과 조선족ㆍ화교인 등 중국인이 210여명에 이른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대 5,000여명(대부분 내국인)에 이르렀고 IMF 관리체제 직후에는 ‘보따리 상인 되는 법’ 등을 가르쳐주는 한달 속성 학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었다. 내국인 보따리상이 줄면서 이들이 국내로 들여오는 휴대물품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4년부터 주요 반입물품이 농산물에서 중국산 비아그라 등 성기능 관련 출처불명의 의약품, 장뇌삼, 해외 유명상표 부착 가짜 상품, 마약류 밀수범죄 조직과 연계된 대마ㆍ마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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