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고삐를 조이고 있다. 최근 모토로라 코리아가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는 등 사업 영역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IT서비스및 디지털 기기 등 정보통신시장에서 외국계 업체들은 각개 약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부문이 소프트웨어(SW), 시스템통합(SI) 부문이다. 하드웨어(HW)에서는 제조업 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기세에 다소 눌리는 모습이지만 기술과 노하우가 접목된 이들 부문에서는 외국계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 SW와 SI 업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글로벌 IT업계의 과거와 현재를 호령하는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문이 SW와 SI부문"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인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 코리아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웹 브라우저인 크롬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전파한 유튜브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국 IBM과 오라클 등 SI 업체들은 내년에 영업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IT전문가들이 내년 국내 시장의 화두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 데이터로 꼽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매출을 더욱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국내 기업들의 텃밭으로 불리는 공공 정보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관련 팀과 인력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하드웨어 업체도 무시할 수 없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드는 퀄컴, 아이폰으로 한국의 휴대폰 문화를 바꾼 애플 등이 한국 법인을 두고 있다. 퀄컴은 올해 LG전자, 팬택을 통해 쿼드코어 AP인 '스냅드래곤 S4 프로'를 선보이며 스마트폰의 속도 경쟁을 주도했다. 애플은 1년여 만에 신제품인 '아이폰5'를 출시하며 외국계 휴대폰의 무덤이 되어버린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PC, 프린터 등 복합기, 카메라도 다수의 외국계 업체가 활발한 영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PC시장에서는 HP, 델, 소니, 레노버, 도시바 등이 진출해 있다. MS의 새 운영체제(OS) 윈도8 출시를 계기로 향후 국내 PC시장의 교체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카메라 시장은 가히 춘추전국 시대다. 캐논, 니콘, 소니, 올림푸스, 후지필름, 라이카 등이 저마다 개성을 가진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활발한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도 외국계 기업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기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운영하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30% 넘는 점유율로 국내 1위를 달리고 있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역시 '디아블로3'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콘솔 게임시장에서도 소니코리아(플레이스테이션)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360), 한국닌텐도(닌텐도 DS 및 위)가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외국계 IT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도 중요하지만 현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한국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들의 사례는 현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현지화 전략은 기업 이미지 관리와 함께 마케팅, 고객 지원 등으로 모아진다. 특히 기업 고객 보다 개인 고객 시장은 제품 판매 이후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핵심이다. 제품은 좋은데 애프터서비스 등 사후지원이 시원찮은 외국계 기업이 많다는 평가는 외국계 업체들이 깊게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외국계 IT기업들이 선택하고 있는 현지화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은 사회공헌 활동이다. 많은 IT기업들이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제품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과거 외국계 IT기업들의 사회 공헌은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최근 외국계 IT기업들의 사회 공헌은 내용이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다.
특히 일부 외국계 IT기업은 고도의 마케팅 기법과 연관된 계산되고 치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회공헌은 물론 국내 현지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고객과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고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전략이다.
한국 후지제록스는 발달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한국IBM은 임직원들이 매달 소외계층 만나 멘토링 진행하는 '재능 기부'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문화재 보존 활동 수시로 개최하며 외국계 게임업체 중 가장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품을 저소득, 소외 계층에 기부하거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넘어 눈에 띄는 독특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외국계 IT 기업이 적지 않다"며 "국내 기업들도 우수 사회공헌 사례로 벤치마킹 할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