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대전] 제2.3 금융권

금융권 영역허물기의 핵심세력은 2·3금융권이다. 이들에게 「벽 허물기」는 미래형이 아니다. 『이 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에 따른 「현재형」, 아니 「과거형」이다.특히 살벌한 금융구조조정을 거쳐 살아남은 종금사에게 「과거의 자신」은 잊혀진지 오래다. 종금사들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메이크업으로 포장하는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3금융권의 대표주자라는 여신전문금융기관(여전·與專)도 마찬가지. 이른바 「캐피털」을 필두로 한 이들의 변신의 힘은 지금의 은행 개념을 뛰어넘는다. 이들의 모델은 미국의 「GE캐피털」. 이들은 유니버설뱅킹(종합금융그룹)에 미래가 있다고 외친다. ◇종금사, 과거는 없다= 종금사들은 이미 「제 3의 길」을 선택했다. 제 3의 길은 투자은행으로 거듭나는 것. 한국·나라·중앙·아세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종금사들이 투신사나 증권사를 설립해 증권업무에 진출한 뒤 정부의 규제만 풀리면 투자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기업어음(CP)이나 중개해 단기 투자수익을 얻어먹는 「하루살이 인생」에서 벗어나겠다는 것. 고객의 예금을 받아 기업들에게 꿔주면서 예대마진을 챙기던 시대도 끝났다. 김인주(金仁柱) 한국종금 사장은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거액 예금고객을 묶어둘 유인수단이 약해지고 있어 새 사업 개척을 통한 투자은행 전환 외에는 길이 없다』고 말한다. ◇전략 포인트는 투자은행= 일부 종금사는 벌처펀드와 국채시장, 구조조정 전문업에 진출키로 하는 등 첨단 금융업에 도전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종금사들이 증권업 참여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합작을 모색하고 있다. 유가증권 투자 등에서 얻은 이익과 대출수요가 크게 줄어든데 따른 풍부한 유동성도 종금사들의 변신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불종금의 유경찬(柳瓊粲)이사는 『종금사가 설립하는 증권사는 기존의 증권사와는 달리 적은 인원으로 일부 고수익 영역만을 공략하는 사이버 분야로 집중될 것』이라며 『더이상 전통적인 방식의 영업은 경쟁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허물벗기의 대표주자는 동양종금= 동양종금은 오는 7월 재정경제부가 선정하는 「국채전문딜러」 자격을 따내기 위해 피치를 올리고 있다. 재경부는 은행, 증권, 종금사 가운데 20곳을 지정, 이들에게만 국채발행 때 입찰토록 자격을 제한할 방침. 동양종금은 이에 앞서 벌처펀드(부실채권 및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해당기업이 회생하면 이익을 챙기는 신종 금융업)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성업공사의 국제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수종금은 최근 대동리스의 자산을 담보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구조조정 전문업」에 진출했다. 나라종금은 증권사 외에 신용평가회사까지 설립, 종금-증권-컨설팅 등 3박자를 갖춘 본격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한다는 포부다. 이 회사 박종식(朴鍾植) 상무는 『종금사의 신속한 기동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틈새시장을 선점, 대형 은행이나 증권사를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증권사 설립 열풍= 종금사 변신의 키워드는 증권이다. 종금사의 미래인 투자은행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증권업무는 필요함수다. 현행법상 종금사는 증권 직접 투자는 할 수 있지만, 위탁매매 업무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증권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투자은행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 한국종금은 내년초 투신운용회사를 설립키로 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투신운용사 설립요건이 자본금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으로 낮아지면 사업신고를 마치고, 종금사로는 처음으로 뮤추얼 펀드 영역에 도전할 예정. 아세아종금도 합작 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종금도 사이버증권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백화점으로 가는 캐피탈= 캐피탈의 변화는 사실 아직까지는 「명칭만의 변화」에 불과하다. 극심한 신용공황 속에서 이들은 존재만을 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97년5월 정부가 이른바 「금융백화점」을 지향하며 「그들만의 영역(할부금융, 리스, 카드, 신기술금융)」간 장벽을 터주었지만, 「삶」에 대한 집착 속에서 그들의 영업력은 희미해져갔다. 이와중에 적지않은 여전업체가 숨을 잃어갔다. 변화는 이제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금융권 영역허물기 작업은 어쩌면 캐피털에겐 또다른 기회일 수 있다. 무한한 업무확장을 위한 터전(200조원 시장)이 확보돼 있다. 남은 것은 잃어버린 힘을 복원하는 것 뿐. 이미 대기업 계열 캐피털회사들의 변화는 시동을 건 상태. 삼성과 대우캐피털 등의 조직은 웬만한 금융기관 수준을 넘었다.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전략 구성 능력도 선진국 여신전문금융기관을 뺨친다. 일부 캐피털회사들은 미래의 업무영역 철폐에 대비, 파생금융상품 등 「미래형 금융기법」 익히기에 한창이다. 종합금융그룹은 그들의 머릿 속에서도 조용히 윤곽을 만들어가고 있다. 캐피털사들의 청사진은 미국식 여신전문금융기관. 윤인태(尹仁泰)산은캐피털이사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GE캐피털』이라고 말한다. GE라는 거대 그룹이 내는 수익의 40%를 차지하는 「금융 공룡」을 꿈꾸는 것이다. /금융팀 SB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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