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쌀협상 비준 지연, 국가신뢰도 타격 우려

한나라당이 `쌀 관세화 유예협상 비준동의안'(이하 `쌀 협상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기를 미루면서 쌀 협상 비준안 처리가 장기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미국 등 9개 협상국과 약속한 쌀 협상 결과를 이행하는데 차질이 빚어져 국가의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농림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쌀 협상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기를 17일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쌀 협상 비준안은 쌀 시장 완전개방을 10년 더 미루는 대신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외국쌀의 양을 늘리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런 합의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비준받은 뒤 시행하겠다고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상대국들과 약속했지만 국회 비준이 계속 늦어지면서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소 3개월 정도 걸리는 외국 쌀 구매절차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수입해도 기한을 맞추기가 빠듯한데 국회 비준을 계속 늦추면 올해 이행해야 할 의무수입물량(MMA)쌀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국제 합의를 어기는 셈이어서 대외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보인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을 대체할 DDA 농업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할것으로 우려된다. 협상 결과를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개발도상국 지위를 상실하거나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대외 신뢰도 하락으로 DDA 협상에서 협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국회 비준이 무산되면 관세화로 전환돼 쌀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하기 때문에경쟁력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국내 쌀 농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민단체 등은 DDA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관세화로 자동 전환할 필요는 없다고주장하고 있지만 비준이 거부되면 관세화 전환은 불가피하다는게 정부측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면 국제적 분쟁과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고, 비준안이 부결되면 국내 쌀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며 "세계에서유일하게 관세화 유예라는 특혜를 받은 점을 감안해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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