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후 주요 수출 상품의 변화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지난 64년 한국 수출상품 1위는 직물류(1,950만달러)였다. 2위와 3위는 금속광(1,450만달러)과 어패류(1,430만달러)였으며 목제품과 동식물원 재료가 그 뒤를 이었다. 60년 대 초만 해도 원자재 및 단순 가공 상품 위주로 수출이 이뤄진 셈이다.
70년에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경공업이 확대되면서 섬유류(3억4,100만달러)가 부동의 수출 1위 제품으로 올라섰으며 합판(9,200만달러), 가발(9,000만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자제품(2,900만달러)과 철강제품(1,340만달러)이 10대 수출 품목에 진입하면서 중공업 및 전자기술 산업이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무역협회는 70년대 까지는 우리나라가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상품이 주가 된 수출 구조를 띄었다고 설명했다.
80년에는 의류 제품이 70년대 섬유 전성기를 이어가며 수출품목 1위를 지켰으며 철강과 선박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해 한국이 본격적으로 중후장대형 사업에서 세계 시장에 강자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반도체가 4,34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10대 수출입 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90년 대 이후에는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을 주축으로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세력을 확장해 이들 제품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등극하는 데 초석을 깔았다.
90년에 의류(7억6,000만달러)는 반도체를 두 배 가까이 앞서며 수출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2년 뒤인 92년에는 결국 반도체에 수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반도체는 이후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수출 1위 품목을 유지하며 한국 수출품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9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의류를 비롯, 신발, 인조직물 등 경공업 제품들이 수출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이들 제품군은 완전히 10대 수출품목에서 밀려나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90년 대 중반까지만 해도 순위에 조차 오르지 못했던 무선통신기기가 2000년 대에 들어서 단숨에 주력 5대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으며 반도체와 자동차, 컴퓨터, 선박 등은 90년 대 이후 꾸준히 수출이 늘며 ‘수출 2,000억달러 달성’의 선봉장이 됐다.
김재숙 무역협회 무역진흥팀장은 “우리나라의 수출 40년 역사를 돌아보면 수출 품목에 있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 지 알 수 있다”면서 “기업들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면 수출 2,000억달러 달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 세계 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지난 64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나라 가운데에서 절대적 빈곤에서 탈출하고 수출 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