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가 기업 신용도를 평가할 때 정확성과 안정성이 모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평사가 투자해도 좋다고 한 기업의 연간 부도율은 최근 3년 연속 상승했고 신용등급유지율(연초 신용등급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비율)은 3년 연속 하락했다. 연간 부도율은 신용평가의 정확성을, 등급 유지율은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부도율은 0.50%로 2012년(0.41%)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0%였고 2011년에는 0.23%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BBB등급 구간의 부도율은 동양시멘트와 STX팬오션 등의 부도 여파로 3.52%를 기록해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간 부도율은 연초 신용등급을 보유한 업체 중 부도 업체 수를 표시한 것으로 해당 신용등급의 정확성 지표로 사용된다. BBB등급의 경우 신용등급유지율도 2011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1년 82.2%였던 것이 2012년과 지난해 각각 78.74%, 71.83%로 떨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적격등급 부도율과 유지율이 2011년 이후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신평사들이 부여한 기업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성 논란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특히 지난해 9월 동양그룹 사태로 신뢰성이 땅에 떨어졌다. 동양은 법정관리 신청 전후로 신용등급이 BB0에서 D로 강등되는가 하면 동양시멘트는 BBB-에서 D로 떨어졌다.
이에 금감원도 지난해 11월부터 신평사에 대한 특별 검사를 실시했고 조만간 제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등급 신뢰성과 평가 방법의 일관성, 등급 변동 적정성, 등급평가 독립성 등에 대한 검사를 마치고 제재 수위 결정을 앞두고 있다"며 "신평사의 문제가 다수 발견된 만큼 엄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지난해 신평사 4곳의 매출액은 814억원으로 2012년(905억원)보다 91억원(10.1%) 줄었다. 금감원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규모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NICE신용평가(33.9%)·한국신용평가(33.2%)·한국기업평가(32.8%) 등 3사의 점유율이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