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 서민금융 잠식하는 J트러스트 어떤곳인가

오락·대부업으로 일본서 급성장… 국내 금융사 M&A 큰손 부상<br>일본서 20여개 대부업체 인수

국내 진출 3년새 저축銀 빅3로

최윤 아프로그룹 회장과 대척점

J트러스트가 대주주인 서울 강남의 친애저축은행 본점 전경.


지난 2010년 오릭스그룹이 부실 저축은행이던 푸른2를 인수할 때만 해도 사무라이(일본계) 자금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계 J트러스트가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의 한가운데 있던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전격 인수하자 사무라이 자금은 미국계 이상으로 우리 금융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이어 같은 저축은행 정상채권 매입, 대부업체 추가 인수, SC저축은행·캐피탈 인수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자 사무라이 자금은 서민금융시장의 중심세력으로 자리했다. J트러스트의 기업사냥이 이어질 경우 "수년 내 국내 최대 서민자본이 될 것(A저축은행 대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J트러스트는 과연 어떤 곳인가.


20일 J트러스트가 인수한 국내 금융사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J트러스트는 일본에서 금융사(신용보증·신용카드·대부업)와 오락실, 종합인쇄, 정보기술(IT) 시스템, 부동산 사업 등 22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종합 금융그룹이다. 총자산은 2013년 3월 기준 2,187억엔(약 2조1,893억원) 규모로 크다고 볼 수는 없으나 후자사와 노부요시 회장이 대주주로 등장한 지 얼마 안된 시점인 2009년 3월(398억엔) 대비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에서의 성장속도는 더 빠르다. 네오라인크레디트·KJI·하이캐피탈 등 대부업체만 3개다. 올해 2월 두 곳(KJI·하이캐피탈대부)을 사들이면서 2011년 4월 네오라인을 사들인 지 3년 만에 국내 대부업계 자산 4위로 뛰어올랐다.

저축은행시장에서 모습은 더욱 도드라진다. 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솔로몬·HK저축은행 등에서 5,000억원이 넘는 정상 채권을 사들이며 몸집을 불렸다. J트러스트는 KJI·하이캐피탈대부 등을 친애에 합병시킬 계획인데 이 경우 총자산 1조7,000억원으로 SBI·HK 등과 함께 일약 '빅3 저축은행'으로 발돋움한다.


한 관계자는 "지금도 국내에서 자본력을 믿고 인수합병(M&A)과 자산 인수방식(P&A)을 의뢰하는 곳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J트러스트의 후지사와 회장은 도쿄대 의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그는 의사의 길을 걷고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가며 공부했지만 항상 돈에 쪼들렸다. 중간에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모기지 회사에 입사해 고속승진을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 오락장 사업(어도어즈)을 시작했다. 현금이 확보되자 대부업체를 사들여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경쟁 대부업체들이 부실화돼 문을 닫자 20여개를 추가로 M&A하면서 파이를 키웠다.

일본 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 후지사와 회장은 이번에는 한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본에서 저금리 자금을 조달해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기로 한 것이다.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는 이를 통해 인수한 것이다.

한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자 후지사와 회장은 매달 4~5일씩 국내에 체류하며 경영현황과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점은 후지사와 회장과 국내 최대 대부업체 오너인 최윤 아프로파이낸셜(브랜드명 러시앤캐시) 회장과의 관계다. 두 사람은 일본에서부터 신경전을 벌여왔다. 발단은 일본 대부업체 다케후지 인수전이었다.

러시앤캐시가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국내에서 영업정지 이슈 등으로 인수에 실패하자 J트러스트가 후순위로 가져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가 소송전을 치르게 된 것이다.

갈등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두 대부업체가 대부자산 축소를 놓고 형평성 문제 논란에 휩싸인 것. 금융당국이 러시앤캐시의 가교 저축은행 인수조건으로 대부 자산을 40%가량 삭감하라고 지시하자 러시앤캐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J트러스트도 계열사로 저축은행·대부업체를 갖고 있지만 자산 축소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이유다.

금융가에서는 J트러스트에 대해 양립된 평가를 한다. 골치 아픈 부실 금융회사들은 인수해줘 공적자금을 아낄 수 있게 하고 시장을 안정시켜 준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추심 행위로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친애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J트러스트는 절대 채권 추심에 매진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인력 투자와 고용 승계, 교육 등에 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준법경영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