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기박사는 국내 고온초전도 응용기술 분야의 선도자다.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연구팀을 이끌며 박막(薄膜)을 이용한 초전도 양자간섭장치(SQUID)를 제작, 인체의 심장으로부터 발생하는 극미세 자기신호를 측정하는 장치 및 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초전도란 저온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0(ZERO)이 되고, 반자성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현상들을 이용해 에너지 손실이 없는 기기를 만들 수 있고, 반자성을 이용해 자기부상 등과 같이 물체를 공중에 띄울 수도 있다.
초전도기술은 21세기 에너지, 정보통신, 의료, 교통, 환경 분야에서 미래원천 기술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상무부와 국방부는 미래의 핵심 기술로 이를 선정했다. 일본 통상산업성도 추진중인 미래 신소재분야 가운데 첫번째 기술로 이것을 꼽고 있다.
임계(臨界)온도, 임계전류, 임계자장 등 세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임계치를 넘어서면 초전도 현상은 깨지고 만다. 따라서 전세계 과학자들은 이 세가지 임계치를 높이는 연구에 매달리고 있고, 신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일반적인 금속계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는 극저온(영하 260도 부근)이다. 1987년 발견된 현재까지의 가장 높은 고온초전도체 임계온도는 영하 200도.
고온초전도와 기존 초전도체의 임계온도 차이가 불과 100도 이하로 나타났지만 물리학적 의미나 실용화 관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 발견으로 87년 베트노트츠와 뮐러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朴박사가 제작한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는 초전도현상을 응용, 자기장의 세기를 전압으로 변환하는 센서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장의 1억분의 1 정도까지 측정이 가능할 정도로 현존하는 자기센서 중 가장 감도가 높다.
SQUID 기술을 응용할 경우 인체에서 발생하는 극미세한 자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뇌 및 심장의 기능연구나 진단이 어려웠던 질병을 찾아낼 수 있다. SQUID 기술은 구조물 및 재료의 비파괴평가, 지하자원 탐사, 잠수함 탐지등 의료·환경·군사 등의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朴박사는 94년 수은-탈륨계 초전도 물질을 세계최초로 합성에 성공,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물질특허까지 획득한 이 계열의 물질은 가장 높은 임계온도를 나타냈는데 아직까지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국내 과학계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초전도 물질의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임계온도가 상온에 가까운 초전도 물질을 개발하게 된다면 전자공학, 에너지 분야 등에서 기술적·경제적 창출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평가한다.
朴박사가 개발에 성공한 SQUID 뇌자도(腦磁圖) 측정장치는 머리주위에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을 측정, 뇌기능 연구 및 기능적 뇌질환 진단이 가능한 차세대 의료진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장치로 인체내부에서 생기는 자장을 인체조직에 의해 왜곡됨이 없이 인체 밖에서 비접촉, 비파괴적으로 진단이 가능하다.
朴박사는 또 세계적 수준의 센서제작 기술을 개발해 심장에서 발생하는 극미세 자기신호 즉, 심자도(心磁圖) 측정에도 성공했다. 朴박사는 심장 검출센서가 7채널인 고온초전도 SQUID 심자도 장치에 이어 16채널의 실용화 장치를 개발중이다. 朴박사가 개발한 임계온도 90K(켈빈·절대온도)의 고온초전도 박막제작 기술은 국내 초전도 센서 기술을 선진국 수준에 한발작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QUID 제작의 기초가 되는 박막제작 기술 또한 초전도 트랜지스터, 디지털 소자등 전자소자 제작에 필수적인 기술로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현욱기자HWPARK@SED.CO.KR
입력시간 2000/04/10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