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인사이트] 정태일 한국OSG 회장

'구조조정 없는 회사' 원칙 깨뜨려 본적 없죠

큰 아들 어렸을때 직장 잃은 아픔 알아 창업때 결심

일거리 없으면 청소시키고 재교육하며 위기 견뎌

올 매출 1,000억 목표… 절삭공구시장 절대강자로 부상

3일 대구시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한국OSG 공장에서 정태일 회장이 절삭공구인 엔드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OSG

"큰 아들이 어렸을 때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됐어요. 막막했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서 창업을 할 수 있었죠. 그때 결심했습니다. 내 회사만큼은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해서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는 직원들이 없게 하겠다고요."

절삭공구 제조업체인 한국OSG의 정태일(71·사진) 회장이 창업 이후 결심한 제1의 원칙은 바로 '구조조정 없는 회사'다. 수입에 의존하던 탭과 엔드밀, 다이스, 드릴 등을 개발, 절삭공구 분야의 절대 강자로 우뚝 선 한국OSG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내 회사엔 구조조정은 없다'는 철칙은 한국OSG 창업 이후 깨진 적이 없다. 당장 내일 어떻게 될지도 불확실한 외환위기 시절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회사가 일거리가 없어서 어려울 때는 직원들에게 청소를 시키고, 재교육을 하면서 다 함께 견뎌 냈습니다. 그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서 지금도 직원들의 애사심은 어느 대기업 못지 않다고 자부합니다."

만 58세 정년 보장은 물론 정년을 넘겨 일하는 직원들도 여럿 된다. 경비원 중 한 분이 70세이고, 생산부장도 올해 환갑을 맞았다. 정 회장은 "젊은 인력들이 제대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일자리 미스매치를 푸는 것도 방법이지만, 생산공정을 자동해 나이든 분들이 건강하게 정년을 채우고, 여력이 되면 정년이 지난 후에도 일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고용 창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OSG는 삼성전자·LG전자·현대기아차·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1,000여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일본OSG의 50여개 해외 법인 가운대 품질 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 회사의 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OSG의 해외 법인 중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곳은 한국OSG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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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90여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OSG의 올해 목표는 1,000억원. 영업이익률은 대외비지만, 제조업에선 보기 드물게 높다는 후문이다. 높은 영업이익은 고스란히 연구개발(R&D)에 재투자되고,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후하게 지급한다.

'일하기 좋은 직장'을 고집하는 만큼 시설 투자에도 아낌이 없다. 모든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은 물론 집진장치, 폐유 재생장치, 공기조화 시스템 등을 두루 갖췄다. 특히 생산에만 집중하는 여타 제조업체와 달리 연구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정 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볼트나 너트, 톱날 등을 만드는 신생공업에 취업했다. 어린 나이에 일하는 그를 기특하게 여긴 사장 덕에 야간 중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마칠 수 있었다. 정 회장이 절삭공구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바로 이때였다.

"어린 나이에도 좋은 공구가 있으면 제품을 더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 힘으로 회사를 세우게 되면 우리 기술로 만든 절삭공구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했던 거죠."

정 회장은 특유의 근성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기술과장, 생산부장, 무역부장을 거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오일 쇼크 때 과잉투자로 신생공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선경그룹(현재의 SK)에 인수됐다. 회사에선 그를 서울 본사의 개발부 차장으로 발령을 냈지만 그는 고향을 떠나지 않겠다며 이를 거절, 결국 회사를 나오게 됐다.

이후 약 4년간 일본OSG의 대리점 영업을 하던 그는 직접 생산하겠다고 요청, 1981년 오사와 히데오 고(故) OSG 창업자의 허락을 받아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OSG는 연간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대체효과를 거두는 강소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정 회장은 가업승계 1~2세대 기업인과 세제, 경영, 법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명문장수기업 정책포럼'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사람이 죽어야만 상속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사전 증여를 통해 살아 있을 때 회사를 물려주고, 그 이후에는 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업상속 기업인이 후계자에 사전 증여할 때 낮은 과세(10%)를 적용 받는 한도를 지금의 3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높이고, 수혜대상 기업도 법인에서 개인 기업까지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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