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의 전력사업/이종훈 한국전력 사장(특별기고)

올해는 우리나라 전력사상 괄목할만한 한해가 될 것 같다. 한해 동안에 발전설비를 6백81만㎾나 증설했기 때문이다. 20년전인 77년의 우리나라 총발전설비 용량이 5백79만㎾였으니 1년동안에 그보다도 많은 발전설비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마도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발전설비는 올해말로 4천1백만㎾를 돌파하여 「인구 1인당 발전설비 1㎾시대」를 맞이하게 된다.우리는 최근 몇년동안 여름만 되면 전력수요의 급증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올해를 고비로 이러한 현상은 사라질 전망이며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전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한전은 올해로 전력사업 1백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세기를 맞이해야 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사회는 고도 정보화사회인 동시에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는 복지사회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전력사업도 이러한 사회의 변천과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력설비의 확충과 현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가 되면 수요성장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나 이에 맞추어 신규전원의 개발은 계속돼야 하며 노후설비도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특히 전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전과 송·변전 및 배전설비를 현대화하고 자동화하여 무정전과 규정전압, 주파수를 엄격히 유지함으로써 컴퓨터나 고도 정밀기기의 사용에 조금의 불편도 없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전은 그동안 값싸고 질이 좋은 전기를 공급할 뿐 아니라 제도와 서비스의 개선을 통해 고객만족에 힘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전기요금은 경쟁국인 일본이나 대만보다 월등히 싼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전기의 질을 가늠하는 호당 연간정전시간도 30분대로 단축돼 선진국을 앞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이 이처럼 싼 것은 무엇보다도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78년 4월 고리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현재는 11기의 원전이 돌아가고 있으며 총발전량의 36%를 점유함으로써 수급의 안전과 더불어 전기요금의 인상억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흔히 전력사업을 성장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현재와 같은 수요성장이 계속될 때의 이야기이고, 어느 정도 산업화가 진행되고 난 2010년쯤 되면 신규 전원개발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상당히 줄어들고 기존 설비도 많은 부분 자동화 또는 무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여 나온 것이 지금 한전이 추진하는 경영의 세계화와 보유자원의 활용 극대화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이제까지 국내의 전력공급에 국한돼왔으며 그 분야에서는 충분히 소임을 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이제부터 전력사업은 국경을 넘어 해외로 나가야 하고 전력사업과 연관된 정보통신분야 등 새로운 사업에도 과감한 진출이 요망된다. 한전은 앞선 기술력과 함께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공인된 한국 표준형 원전을 가지고 있다. 또 전력계통의 운영을 위해 전국에 설치된 우수한 통신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보유자원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한전의 활로를 개척하는 일인 동시에 국가경제와 앞으로 다가오는 정보화시대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전은 이미 중국 광동원전의 기술용역을 완수한데 이어 필리핀의 말라야화력 성능복구 및 운영사업을 성공리에 수행중에 있다. 또한 필리핀 일리한 복합화력 건설·운영사업을 수주해 오는 5일 계약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며 인도와 베트남의 원전사업에 대해서도 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또 북한의 원전건설 사업을 주도함으로써 세계적 이목을 끌고 있다. 한전의 정보통신사업은 보유자원의 활용을 통한 경영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전에는 세계적 신흥재벌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회장과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사업이 본격 시동될 경우 한국이 세계 최초로 광범위한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 기술보유국으로서 세계시장 진출의 발판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회사 내부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한다. 한전이 해야 할 일은 실로 방대하다. 우리는 이러한 사업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21세기를 향하여 「에디슨 대상」에 빛나는 세계 일류전력회사의 영예를 계속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경영의 세계화와 보유자원 활용의 극대화를 통한 경영혁신작업을 꾸준히 추진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전은 21세기와 더불어 세계전력산업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관련기사



이종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