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민주노총 진정한 혁신으로 거듭나야

강승규 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민주택시노조연맹 시절부터 택시사업자단체로부터 지속적으로 금품을 받은 사건이 민주노총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조직의 2인자’였던 강 전 수석부위원장은 올해 초 기아자동차 노조의 채용 비리 사건이 터진 이후 조직혁신위원장과 채용비리대책위원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사건 초기 민주노총 집행부의 대응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강 전 부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지난 8일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이튿날 긴급회의를 열어 이수호 위원장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이어 집행부 총사퇴를 포함한 사태수습 방안을 지역 및 산별연맹 위원장들이 참가하는 중앙집행위원회에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1일 이수호 집행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즉각 총사퇴하리라는 예상과는 다른 해법이었다. 내부 진상조사를 벌여 사태수습에 나서는 한편 9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하반기 대정부 투쟁을 책임지고 펼친 뒤 내년 1월에 물러나겠다고 주장했지만 조직 내부의 분열은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다. 사무총국 간부 1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10만여 조합원이 소속된 공공연맹은 ‘집행부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며 사퇴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민주노총의 어떤 선거에도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다며 마음을 비웠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코앞에 닥친 중요한 투쟁을 앞두고 무책임하게 물러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 이 위원장은 “손이 썩었으면 손을 자르고, 발이 썩었으면 발을 자르고, 머리가 썩었으면 목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번 비리 사건의 해법으로 내놓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정 투명성 확대, 주요간부 재산 공개 등은 지난번 기아차 비리 사건 때 내놓은 구태의연한 것들이다. 이수호 집행부가 비리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고 실천할 수 있을지 그 의지와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짐승의 몸에서 벗겨낸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가죽을 불에 달군 인두로 무두질해 새롭게 만든다는 뜻의 ‘혁신(革新)’은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 민주노총 집행부에 그런 혁신을 주도하는 과감한 결단과 실천을 바라는 것은 아직은 무리한 요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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