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 은행은 없지만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경우 안정성이 높은 은행으로의 고객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8년 3분기 0.7∼0.9% 수준이었던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스탠다드차타드(SC)·씨티 등 7개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4년 3분기에 1.1∼2.4%로 범위가 넓어졌다.
여신건전도는 위험도가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개 단계로 나뉘는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여신의 비중을 뜻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떼일 확률이 큰 대출이 많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보면 2008년 3분기 기준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가장 낮은 은행은 외환은행으로 0.69%였고, 우리(0.75%), 국민(0.78%) 등이 시중은행 평균(0.82%)보다 낮았다.
가장 높은 은행은 하나(0.95%)와 SC(0.94%)였지만 평균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6년 만인 2014년 3분기에는 가장 낮은 신한은행(1.07%)과 가장 높은 우리은행(2.36%) 간 격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부실채권에 대한 은행의 충격 흡수 여력을 뜻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고정이하여신 대비)도 같은 기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08년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가장 낮은 하나은행이 143.3%, 가장 높은 외환은행이 189.7% 수준으로 격차가 50%포인트 내외였다.
그러나 2014년 3분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은 씨티(258.8%), 신한(155.6%)과 이 비율이 낮은 우리은행(92.1%)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부실이 나면 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충당금도 시중은행 간 차이가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이다.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아진 것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된 탓도 있지만 금호아시아나, STX, 동부 등 일부 대기업의 구조조정 여파와 조선·건설 경기의 침체로 기업 부실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개인여신보다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일수록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에 더 크게 노출되면서 은행 간 건전성 지표 격차가 벌어지게 된 셈이다.
당분간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대출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 늘면서 여신건전성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장기업 경영분석에 따르면 영업수익으로 이자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의 비율(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업체)은 2013년 3분기 29.5%에서 2014년 3분기 30.5%로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국내 금리의 인상 압력이 현실화하면 재무 여건이 어려워지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책당국의 독려로 시중은행이 기술신용평가에 기반한 기술금융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잠재 리스크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미디어부